20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동성로. 두꺼운 패딩과 모자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손모(31'여) 씨는 "청바지랑 구두 사이가 너무 춥다. 스타킹을 신었는데도 발목이 분리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쇼핑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백화점 현관문 안쪽에서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김모(64'여) 씨는 "팔공산 가는 버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다. 밖에서는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잠시라도 백화점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고 했다.
연일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구 도심이 '꽁꽁' 얼고 있다. 특히 이날 대구가 영하 8.8℃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피해도 속출했다.
올겨울 들어 첫 동파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동파 사고가 3건 접수됐으며 주말 한파가 몰아치면 동파 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동파가 되지 않도록 대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호강도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결빙되면서 한파의 위력을 실감나게 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자동차 배터리 방전 사고도 잇따랐다. 한 자동차보험사는 폭증하는 사고 접수에 아예 ARS 안내 멘트를 "현재 기온 하강으로 인해 서비스 출동지연 지역이 많습니다"로 바꿨다. 보험사 출동 업체 관계자는 "19일에는 하루 총 차량 90대의 배터리를 충전했고 20일에도 오전에만 차량 60대를 손봤다. 밀려오는 출동 접수에 눈코 뜰 새 없다"고 했다.
가정마다 전열기나 난방 사용이 늘면서 전력량 및 도시가스 사용량도 급증했다.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본부는 비상전력을 사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달 초와 비교해 최근 며칠 전력 사용량이 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최근까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가스 공급이 평균 이하였지만 이번 주부터 평균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달 초보다 가스 공급량이 약 26% 늘었다"고 말했다.
난방기기 업체는 이번 강추위로 제철을 맞았다. 한 난방기기 업체 관계자는 "주택에서 설치를 요구하는 연락이 많다. 최근 기름보일러 판매가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바깥보다 실내 공간을 주로 찾으면서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등은 북새통을 이뤘다. CGV 대구이시아점 직원인 김모(25) 씨는 "영화 대기 손님이 평소보다 2, 3배가량 늘었다. 앞으로 더 추워지면 관람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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