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빛나는 실버] 사공한 지체장애인협회 수성구 지회장

입력 2016-01-21 00:01:00

사무실 위치를 물어보니 대구 수성구 제2작전사령부 건너편으로 오라고 했다. 한번 다녀가라는 말에 시간 나면 들르겠다고 대답했더니 꾸중이 돌아왔다. "시간은 귀한 것인데 비어 있을 때가 있습니까. 시간을 만들어서 와야지요."

뜻밖의 호통(?)에 찾아간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수성구지회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감탄사가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환하고 깔끔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사공한(65) 지회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더러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에 환경을 밝고 깨끗이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정리, 정돈, 청소, 청결, 그리고 예절을 지키는 데 힘쓰며,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건물 2층 뒤쪽에 자리 잡고 있던 사무실을 창문이 넓고 밝은 앞쪽으로 옮겼다고도 귀띔했다.

손님맞이도 여느 사무실과 달랐다. 꽃무늬가 화려한 찻잔에 내온 레몬차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와는 첫인상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공 지회장에게 처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를 입기 전에는 대기업의 섬유회사 공장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지면서 뇌병변을 앓아 왼쪽 몸 전체에 마비가 왔다. 그때 나이가 마흔아홉이었다.

"외환위기와 의약분업으로 시끄러웠던 시기여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픈 저 자신보다 옆에서 지켜본 가족들이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 생각을 하면 늘 마음이 아픕니다."

어려운 상황을 몸소 겪은 사공 지회장은 남은 인생은 덤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여긴다. 좌절하기보다는 베푸는 삶을 선택한 것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였다. 요즘은 가족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단다. 배려란 자신이 양보하고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다면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정신과 마음까지 불편해져서는 안 되지요. 내가 아프다는 이유를 붙여 남한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많이 배워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와 상담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복지사와 평생교육사, 상담심리사, 청소년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교육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최선의 자립이라는 판단에 장애인을 대학에 다니도록 인도하고, 매년 장학금을 주어 격려하고 있다. 사공 지회장 스스로도 경북대 정책정보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참봉사란, 많은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배워서 사회에 나누고 머리에 든 것을 오롯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스톱 치는 것보다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게 치매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평생학습을 추천하는 까닭이죠."

그는 2014년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수성구 지회장에 취임했다. 자신처럼 아픔을 가진 사람들,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보수 없이 봉사하는 자리이다.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 도서관 장서 열람 안내, 청소년 보호'선도, 수성구청 여론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란 몸이 불편할 따름이지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는 그는 지역사회에 공헌한 공로로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상' 등 수많은 표창을 받았다. 시간을 잘 활용하고, 어려운 장애를 극복한 그는 아마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닐까.

#빛나는 실버 소개해주세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사는 어르신을 찾습니다. 은퇴 후 더 활발하게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분이 주위에 있습니까? 주간매일에 알려주십시오.

문의: 053)251-1581~3 weekl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