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추운 날씨로 전열기구를 몇 개씩 켜놓고 몸을 녹이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 점포에는 빨갛게 불이 들어온 전열기구 옆으로 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펄럭이고, 채소를 담았던 종이상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전열기구가 연결된 콘센트와 전기선은 낡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이곳 상인은 "여기서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으니 전기선도 그만큼은 나이를 먹었겠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는데 설마 불이 나겠냐"고 말했다.
반복되는 대형 화재에도 대구 전통시장의 '화재 불감증'이 심각하다.
지난 16일 팔달신시장에서 큰불이 나 점포 40여 곳을 태우는 등 매년 전통시장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2011년 8건, 2012년 7건, 2013년 7건, 2014년 6건, 2015년 6건(상반기) 등 총 34건의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매년 화재가 이어지는 데는 '설마 불이 날까' 하는 전통시장 및 소방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형시장에 크고 작은 불이 잇따르지만, 칠성시장은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모습이다. 현대화사업이 진행된 곳은 화재감지기, 누전차단기 등이 설치돼 있지만 노후화된 점포에는 소화기조차 비치돼 있지 않다. 한복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5년 전쯤 상인회에서 소화기를 사라고 해서 샀는데 구입한 지 오래돼서 작동이 안 되는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규모가 작은 시장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같은 날 찾은 대구 중구의 한 시장에는 빈 점포에 쌓인 가연성 폐자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장사를 하는 점포 중에는 압력이 낮아 작동이 되지 않는 소화기와 제조된 지 30년이 넘은 소화기를 갖춘 곳도 있었다. 심지어 공용 소화기를 넣어두는 상자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 2005년 2지구 대형화재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서문시장은 그나마 화재 예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함께 소화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매일 5회 이상 야간 순찰도 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두 달에 한 번 화재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명절과 간절기 전에 종합정밀점검도 시행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전통시장 화재는 주로 야간에 발생하는데 전기설비들이 노후화돼 누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누전차단기만 제대로 작동해도 화재가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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