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척추·골반 통증

입력 2016-01-20 00:01:00

숨은 빙판길에 '꽈당'허리에 '뼈아픈 실수'

최모(67·여) 씨는 얼마 전, 집 앞 골목에서 미끄러져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늘진 곳에 남아있던 빙판을 미처 보지 못한 탓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최 씨는 파스 몇 장을 붙이고 견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간간이 다리가 저려 걸음을 떼기도 힘들어졌다. 병원을 찾은 최 씨는 '척추압박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면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곳곳의 빙판길에 넘어져 뼈가 부러지거나, 행여나 넘어질까 집안에 앉아만 있다가 골반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뼈가 쇠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

◆척추압박골절 반복 땐 '꼬부랑 할머니'

나이가 들수록 뼈는 점점 약해지기 마련이다. 여성은 폐경기가 지난 50세 이후, 남성은 70세 이후에 뼈 내부의 치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벼운 충격이나 걸음을 걷다 삐끗하는 경우, 바닥에 살짝 넘어져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기침이나 코를 심하게 풀다가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척추압박골절은 보통 심한 골다공증 환자가 주저앉거나 넘어질 경우 발생한다. 주로 골절된 등이나 허리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긴다. 대부분 척추뼈의 앞쪽이 눌리면서 골절되기 때문에 등이 점점 앞쪽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허리가 크게 굽은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셈이다. 척추압박골절은 X-선 촬영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또 척추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골절 여부와 골절된 시기 등을 구분할 수 있다.

낙상이 무서워 바닥에 앉아만 있어도 골반통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천장관절통'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천장관절은 척추의 가장 아랫부분인 천골(꼬리뼈)과 엉덩이뼈(장골)가 골반에서 만나는 부위로, 다른 관절과 달리 움직임이 거의 없다. 주로 서고, 앉고, 뛰는 동작에서 골반을 든든히 받쳐주고, 갑작스러운 충격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가 약화되거나 손상되면 천장관절통이 나타나게 된다. 낙상 등 심한 충격을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나거나 한쪽 다리로 짚고 서 있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도 발생할 수 있다. 특별한 염증성 질환이 있거나 감염이나 골절, 암 등 원인이 분명한 천장관절통은 진단이 어렵지 않지만, 각종 검사에도 특이한 소견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약 허리보다 약간 아래쪽 골반이 아프거나, 의자보다는 바닥에 앉을 때 더 아픈 경우, 아픈 다리에 체중을 실으면 통증이 더 심한 경우에는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천장관절에 마취액을 주사했을 때 10~30분 후에 통증의 50~80%가 줄어든다면 천장관절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적절한 운동치료와 자세 교정 중요

척추압박골절을 당하면 부러진 뼈가 자연스럽게 나을 때까지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다. 진통제나 소염제를 복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경막외 주사나 내측지차단술 등으로 통증을 가라앉힌다. 경막외주사는 척추뼈 사이에 소염진통제를 주사하는 시술이다. 내측지차단술은 디스크 주변의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차단한다. 동시에 통증 악화와 추가 골절을 막기 위해 허리를 앞으로 숙이지 못하도록 척추보조기를 이용한다. 척추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다친 뒤 1주일 후부터 간단한 보행을 시작한다. 2, 3주간 보존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으면 치료용 시멘트를 골절부에 주입하는 척추성형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약해진 뼈를 보강하는 골다공증 치료와 운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특히 등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루 20분 정도 꾸준히 하면 허리를 펴고 걷게 돼 골절을 예방하고 걸을 때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천장관절통이 생기면 우선 소염제와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고, 꾸준히 물리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자주 자세를 바꾸고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천장관절 내부나 주변 인대에 약물을 주입한다. 이 시술은 천장관절통 환자 중 60~70%가량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효과가 별로 없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천장관절과 관련된 신경을 마취하거나 고주파 시술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신발 깔창도 도움이 된다. '생역학적 족부보조기'로 불리는 깔창은 골반의 불균형을 교정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틀어진 골반의 균형을 되찾는 골반안정화 운동도 도움이 된다.

조윤우 영남대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추운 겨울 골반통을 예방하려면 실내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아야 한다"면서 "특히 어르신들은 바닥에서 일어날 때는 천천히 의자를 잡고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움말 조윤우 영남대병원 척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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