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醫窓)] 캄보디아 의료봉사

입력 2016-01-20 00:01:00

올해 초 대구가톨릭대 의과대 및 간호대 학생들과 함께 1주일간 캄보디아로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지난 2008년부터 격년으로 해외의료봉사를 시작해 올해가 5번째다. 의료봉사는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시엠립에서 버스로 4, 5시간이 걸리는 바탐방 지역의 교구청과 돈보스코 학교에서 진행됐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수확을 마친 들판이 끝없이 펼쳐졌고, 비쩍 마른 소들만 간간이 눈에 띄는 지극히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부에 위치했으며 메콩강이 국토 중앙을 관류하는 평원 국가다. 남한 면적의 1.8배이고 인구는 1천410만 명이지만 오랜 내전으로 국민의 대다수가 절대 빈곤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폴 포트 정권 당시 대량학살로 인해 의료 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전체 인구의 36%에 해당하는 460만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최저 빈곤 상태에 있고, 만연한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 격차는 일반 국민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내전의 후유증으로 지뢰 사고가 빈번하고 장애인이 많다. 이들은 적절한 재활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해 삶의 의욕을 잃고 빈곤에서 탈출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유아 사망률도 높아 2008~2015년 3만여 명의 아동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연간 1천500여 명의 여성이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대부분 지역의 위생상태가 매우 열악해 기본적인 식수와 상하수도 및 의료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밀려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수인성 질환이나 피부 질환 환자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환자들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는 영양실조와 위생상태 불량으로 인한 호흡기 감염, 설사 등의 소화기 질환, 피부 질환 환자가 많았다. 너무나 여윈 아이들이 신발도 신지 않고 힘없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산모들도 대부분 영양 상태가 극도로 불량해 태아 발육이 부진하고 만성빈혈을 앓고 있었다.

1주일간의 의료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곳은 우리를 포함해 세계 여러 단체가 의료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왜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1950, 60년대 빈곤한 시절에는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아 빈곤에서 벗어났다. 그 원동력은 단순한 원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위한 의욕으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캄보디아 국민도 하루빨리 삶의 의욕을 회복하고 빈곤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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