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솜방망이 처벌로는 아동학대 범죄 못 막는다

입력 2016-01-19 00:01:00

5살짜리 딸이 빵을 먹으며 부스러기를 흘린다는 이유로 배를 3차례 걷어차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대구지법 서부지원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된 첫 판결이다. 아동학대 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법 규정과도 동떨어진 형량이다.

숨진 아이는 2010년 출생 직후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다가 2013년 파양돼 다시 돌아온 아이였다. 돌아온 지 2년 만인 지난해 10월 아버지의 발길질에 숨진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우발적 범행으로 보인다'는 판결 이유를 밝혔다. 숨진 딸의 어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별다른 범죄 이력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입양과 파양을 거듭하다 힘없이 스러져간 아이의 절규는 오간 데 없고 가해자인 아버지에 대한 배려만 읽힌다.

최근 아버지로부터 2년여 감금, 학대당하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인천의 11세 소녀는 경찰에서 "아빠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에 '제발 집으로 돌려보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할 정도로 아버지가 지긋지긋했던 소녀다. 이 사건은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전국 일제 조사로 이어졌고 경기도 부천에서 아버지에 의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숨진 5살 아이 역시 저승에서나마 '아빠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어머니와는 달리 오히려 '강력한 처벌'을 원했을 터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었다. 2004년부터 10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9만5천622건에 달했다. 2004년 6천998건, 2008년 9천570건, 2013년엔 1만3천76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이 가운데 5만5천484건은 실제 아동학대 판정을 받았다.

아동학대 범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관대하다. 검찰이 기소하는 경우는 가해자의 30% 남짓하다. 이마저 법원이 관대하게 처벌한다면 범죄를 막지도 못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의지할 곳도 없어진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