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갈수록 위축되는 대구 새벽 인력시장

입력 2016-01-19 00:01:00

대기 인원 절반으로 줄었지만 일감 '행운' 한 달 1,2번 고작

18일 오전 6시 대구 서구 비산동 원고개시장 입구에는 하루 일거리를 구하려는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18일 오전 6시 대구 서구 비산동 원고개시장 입구에는 하루 일거리를 구하려는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18일 오전 6시 대구 서구 비산동 원고개시장 입구.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커피자판기 커피를 빼든 이들이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이곳은 하루 일거리를 찾는 건설노동자들의 새벽 인력시장이다. 하지만 그 흔한 모닥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구에서 왔다는 김모(67) 씨는 "겨울이라 가뜩이나 일거리가 없는데 지난해 북비산네거리를 공원으로 꾸민 후부터 모닥불도 못 피우게 한다. 잠깐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대기소라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 40명이 모이던 이곳에는 이제 20명이 모이기도 어렵다. 인근 24시간 식당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는 "지난해 여름 이후 인력시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일터로 나가지 못해 공치는 이들도 적잖다. 이날도 오전 7시가 넘었지만 7명이 그 자리에 남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서구 비산동에 사는 이모(71) 씨는 "오전 7시면 이미 현장에서 일을 시작할 시간이다. 이제 더는 일거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집에 들어가 쉬어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바닥 경기의 바로미터'인 새벽 인력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거리가 줄어든 탓이다.

다른 인력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5시 30분 대구고용노동청이 운영하는 서구 대구일일취업센터. 김봉익(60) 씨는 "오늘도 분위기 보니 한 명도 일을 못 나갈지도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김 씨는 "한때는 센터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구직자들이 들어찼는데 요샌 일없는 것 알고 아예 안 온다. 젊은 사람들도 가끔 오더니 요즘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 한 달에 1, 2차례 일해서 어떻게 사는지 신기할 정도다"고 했다.

센터에 따르면 4일부터 8일까지 취업 알선 실적은 1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4건)과 비교해 25%(47건)나 줄었다.

조래원 대구일일취업센터 팀장은 "이곳에서 주로 구인을 하는 비산동 염색공장만 봐도 요새 업체 수가 크게 줄었다"며 "센터에서 가끔 공장으로 센터 소개 우편을 보내는 데 반송되는 경우가 많다. 반송되는 곳은 문을 닫은 곳이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경력이 없는 젊은이는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다. 대부분 구인을 할 때 경험이나 숙련된 이를 뽑아가기 때문이다. 달서구 감삼동의 한 인력사무실에서 만난 이모(23) 씨는 "요즘은 보통 10번 정도 나오면 4번은 공친다. 새벽 일찍 왔는데 일없이 돌아갈 때가 가장 힘들다"며 넋두리를 했다.

인력사무소 직원 정모(39) 씨는 "평균 일당이 10만원 선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2년 전과 똑같다"며 "요즘 들어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었지만 정작 경력이 없어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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