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데이비드 보위

입력 2016-01-16 00:01:00

가끔 음악에 재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흥미롭지만, 인기가 없더라도 음표나 가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 더욱 유용하다. 고백하고 싶지만, 혹시 거절할까 겁나고, 가만있자니 속만 타들어갈 때 노래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거절당해도 우회적인 노래일 뿐이니 덜 쑥스럽고, 상대가 받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엘튼 존은 '당신의 노래'(Your Song)를 통해 주뼛주뼛하며 이렇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 노래가 별거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이 노래는 내 선물이며 당신에게 바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에게 당신만을 위한 노래라고 말해도 좋아요. 당신의 마음에 들었으면 해요…." 한 남자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소박하면서도 애절한 가사로 노래 부르며 구애하는데 이를 거절할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며칠 전 6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의 수많은 곡 가사 가운데 오랫동안 가슴에 박힌 한 구절이 있다. 그의 대표곡이자 이른바 스페이스 록(Space Rock)의 시초가 됐다는 1969년 작 '우주괴물'(Space Oddity)이다. 내용은 톰 소령이 탄 달 로켓이 무사 항진을 하다가 달에 도착할 즈음 교신이 끊어져 (가사에서는 끝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결국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톰 소령은 지상 관제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한다. "그녀도 잘 알겠지만, 아내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전해주오." 이 말이 끝나자마자 교신은 끊기고 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은 결국 그의 유언이 돼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

사실 데이비드 보위는 개인적으로 취향 밖이다. 음악적 재능과 함께 여성에게 사용하는 '미모'(美貌)라는 낱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미남이라는 것도 심장 상하거니와 그가 지향한 스페이스 록, 또는 글램 록이라는 분야가 음악보다는 화려한 치장이나 쇼적인 요소에 더 치중한 것도 한 이유다. 그렇지만, 이 노래만큼은 저 한 구절 때문에 애청곡이 됐다. 또한, 40년 전 고등학교 친구가 "집에 있어 가져왔다"며 줬던 영국 데카사 발매 원반 한 장이 바로 이 곡이 실린 데이비드 보위의 데뷔 음반이었다. 뒤늦은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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