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음악에 재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흥미롭지만, 인기가 없더라도 음표나 가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 더욱 유용하다. 고백하고 싶지만, 혹시 거절할까 겁나고, 가만있자니 속만 타들어갈 때 노래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거절당해도 우회적인 노래일 뿐이니 덜 쑥스럽고, 상대가 받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엘튼 존은 '당신의 노래'(Your Song)를 통해 주뼛주뼛하며 이렇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 노래가 별거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이 노래는 내 선물이며 당신에게 바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에게 당신만을 위한 노래라고 말해도 좋아요. 당신의 마음에 들었으면 해요…." 한 남자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소박하면서도 애절한 가사로 노래 부르며 구애하는데 이를 거절할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며칠 전 6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의 수많은 곡 가사 가운데 오랫동안 가슴에 박힌 한 구절이 있다. 그의 대표곡이자 이른바 스페이스 록(Space Rock)의 시초가 됐다는 1969년 작 '우주괴물'(Space Oddity)이다. 내용은 톰 소령이 탄 달 로켓이 무사 항진을 하다가 달에 도착할 즈음 교신이 끊어져 (가사에서는 끝까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결국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톰 소령은 지상 관제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한다. "그녀도 잘 알겠지만, 아내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전해주오." 이 말이 끝나자마자 교신은 끊기고 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은 결국 그의 유언이 돼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
사실 데이비드 보위는 개인적으로 취향 밖이다. 음악적 재능과 함께 여성에게 사용하는 '미모'(美貌)라는 낱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미남이라는 것도 심장 상하거니와 그가 지향한 스페이스 록, 또는 글램 록이라는 분야가 음악보다는 화려한 치장이나 쇼적인 요소에 더 치중한 것도 한 이유다. 그렇지만, 이 노래만큼은 저 한 구절 때문에 애청곡이 됐다. 또한, 40년 전 고등학교 친구가 "집에 있어 가져왔다"며 줬던 영국 데카사 발매 원반 한 장이 바로 이 곡이 실린 데이비드 보위의 데뷔 음반이었다. 뒤늦은 그의 명복을 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