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護國)의 메아리<2>-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입력 2016-01-14 00:01:00

4. 초전난경(初戰難境)

날이 밝으니 1대대 인사담당 부관이 우리를 다리려 왔다. 일행 300명은 인솔하는 5명의 기간병에게 인도되어 도착한 곳이 거기에서 멀지 않은 유학산 밑이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구수한 콩나물국과 흰 쌀밥이 아침 식사로 배식되었다. 수심과 걱정으로 괴로움에 눌려 소금국에 맨밥마저 넉넉히 먹지 못했던 우리들은 반가움에 못 이기듯 날라주는 밥을 거뜬히 먹어치웠다. 우리를 인솔할 기간병은 ? 많이 먹어라!? 하고 밥을 날라 왔다. 식사가 끝나자 인솔병을 따라 모두 산위로 걸어 올랐다.

나는 1대대 3중대에 배치되어 중대본부가 있는 유학산 중턱에 인솔병을 따라 발거름을 옮겼다. 산위를 오르는 곳이 산정이 가까워질수록 포탄 터지는 소리는 크게 들렸다. 1시간 가까이 오르니 3중대가 배치된 곳이었다. 중대장 앞으로 모여서 전입신고를 하니 중대장은 한 사람식 앞에 불러 가사와 전직을 묻기도 했다. 그중에는 전직 경찰과 교직자도 있었다. 끝으로 나의 차례가 되어 중대장 앞에 가서 힘찬 거수경례를 한 뒤에 관등성명 불렀다.

나의 신고를 받은 중대장은 이외로 부드러운 얼굴에 웃음을 띠어가며 나의 앞에 와 모자를 들고 나의 어린 모습을 살피더니 한마디 던져가며 행동거지를 돌아보았다.

? 몇 살이냐??

? 열아홉살입니다!?

? 너 집에 가서 젓 좀 더 먹고 와야겠다?

중대장 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중대본부 요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어린 애기가 왔다고 웃어댔다. 중대장은 중대선임하사관을 불러 하명하기를

? 예는 너무 어리고 약하니까 전방소대에 배치하지 말고

중대본부 가까운 화기소대에 배치하라!? 라고 하명하니

? 옛 알겠습니다? 하고 선임하사는 대답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군기가 무엇이며 군 계급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몰랐다.

중대장이 농담으로 나에게 말 한 것이 보통 군생활의 습관으로 이해되어 선임하사가 불러도 그냥 웃으며 대답하면서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과 군 생활관(5보 이상 구보)이 후일 나를 괴롭히는 근인이 되어갔다. 나와 함께 온 120명의 보충병은 모두 전방소대로 배치되고 나만 홀로 화기소대로 가서 60밀리 박격포와 공랭식 경기관총 수입에 하루의 시간을 빼앗겼었다 고참 상급병사의 지시대로 포와 기관총을 관리하는 데는 힘들고 어려움이 많았으나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힘겨운 생활이 연속되고 있을 때 적병의 기습이 이어졌다. 야습이 이어지면 소규모의 전투는 전개되기 마련이다. 콩 뽁는듯 한 전방소대의 총성을 들으면서 박격포 지원이 앞서는가 싶더니 갑자기 고지대에 배치된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원사격이 멈춤 없이 속행되기 위해서는 그 총포를 쏠수 있는 탄약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이 탄약 공급의 역할을 나와 함께 배치된 보충신병3인이 맡게 되어 탄약을 후방의 보급소에서 날라 와야 했다 후방보급소는 산밑의 부락에 있는 빈집이었다. 뛰어가서 포탄6개식을 수령하여 배낭에 얹어 산위로 오르는 일은 정말 힘겨웠다. 모두 6개의 포탄을 지고 거뜬히 산을 오르고 있는데 나만은 포탄2개를 지고도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당초 수령한 6개를 수령하여 지고 일어서려 하다가 앞으로 꼬부러지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함께 갔던 전우에게 한 개식 갈라서 주고 나는 2개의 포탄을 지고 가는데도 양쪽 어깨가 부서지는듯이 아팠다. 나에게서 2개식을 더 받아간 전우들은 여외의 짐을 받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불평과 나에 대한 원망의 욕설은 중대에 도착할 때 까지 이어졌다.

? 개 새끼 힘없으면 죽어라!?

? 개 새끼 너 때문에 내가 애 먹잖아!?

? 다른 사람 애 먹이지 말고 일찍 되져!? 비판의 욕성은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항거도 하지 못한채 그들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5.적전(敵前)의 전선(戰線)소대로

화기소대의 배치후 힘겨운 군무가 주위의 혹평으로 불안한 나의 전지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우며 위로해 주는 사람없어 하루도 몇 번식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 일선에서 소총 하나만 들고 전지생활을 하는 전우들이

오히려 부러웠다. 포탄과 실단 운반에 지쳐 있던 어느날 나는 산병호 속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을 때 전신을 긴장 시키는 총포성이 우리가 있는 언덕 아래에서 들려왔다.

잠이 달아나고 공포심이 전신을 짓누르고 있을 때

? 인민군 왔다!? 하는 외침과 함께 수류탄이 날아와 내 앞에서 터지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지난 기억이 되 살아났다. 훈련소에서 교관이 하던 말이다 전투경험이 없는 신병은 무조건 소속분대장의 행동에 따르라 했다. 분대장이 엎드리면 같이 엎드리고 분대장이 서면 따라서 서라 했다. 그러다 보면 경험이 쌓여 전투를 알게되고 적의 총성과 아군의 총성을 식별하게 된다는 말이 확연히 떠올랐다.

분대장은 용감히 일어서서 총성을 울리며 우리를 향해 힘있게 외쳤다.? 너의들 꼼작 말고 산병호에서 나오지 말아! 나오면 다 죽는다! 적은 몇 명되지 않으니 걱정말아!? 웅장한 분대장의 외침은 산언덕을 메아리치며 우리의 귀에 다가왔다. 분대장의 지시대로 고개를 수기고 숨을 죽여 가며 호 속에 있으니 가는 목소리로

? 여기가 아닌데?? 하는 목소리가 나의 귀에 와 닿았다.

? 더 가보자!?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살펴보니 검은 그림자 셋이 산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우리의 주변 위쪽에서 분대장의 조명탄이 솟아올랐다. 대낮처럼 밝은 산언저리에 검은 그림자 셋이 제 빨리 숲속으로 살아졌다. 나는 조명탄의 위력에 또 한번의 감명을 받았다. 이렇듯

좋은 무기가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상상과는 정반대로 우리쪽의 희생은 컸었다. 전방소대의 사멸과 후방을 역습하는 적의 위력은 컸었다. 전방소대의 50명 사상과 후방의 2명이 적의 장창에 희생된 것이 날이 밝아오기 전 아방의 손실이었다.

밝아온 새아침 산언덕의 숲속에 쓰러진 적의 시신을 보니 한편은 통쾌했으나 우리의 전우가 적창에 찔려 숨진 것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격분하고 있었다. 이렇듯 낮에는 공군의 폭격으로 머리도 들지 못했던 적은 야간기습을 자행하며 아방의 손실을 끼쳤다. 날이 밝자 병력을 점검하니 50명의 전사상자가 났었다. 희생이 많은 3소대에서는 15명의 전사상자 발생으로 작전수행이 어렵다는 호소였고 산마루에 쓰러진 전사자와 후방으로 이송된 부상병의 참경이 눈앞을 흐리게 하고 있을때 중대본부의 요원과 화기소대의 잉여병력이 긴급 소집되어 전방소대에 보충배치 되었다 나는 경주출신의 박종락과 함께 3소대로 전배되었다. 당시 소대장은 현지 임관된 김일환 소위였고 선임하사관에는 김창남 상사 내가 속한 분대장에는 유성준 하사였다. 산언덕을 오르는 가운데도 주변에서 흘러오는 인마의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몇일식 비에 젖고 썩은 인분냄새는 고개를 들 수 없는 악취였다. 고참병의 선도에 따라 산정이 아득히 전망되는 소대진지에 도착했다.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우리에게 소대장은 현 전황을 설명했다.

? 여기는 조국수호의 마지막 보루이다. 이진지가 무너지고 우리가 물러서게 되면 조국은 끝이다. 여기서 대구는 지척의 사이에 있고 대구에 모인 국민들은 모두 우리를 믿고 있다. 우리는 너의 들이 보다 싶이 최대의 악조건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너의들의 선임병들은 참으로 용감했다. 수없이 날아오는 적탄과 수류탄을 겁내지 않고 몸으로 막아 나라를 지켰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피아(彼我)의 전사자 시체 속에서 또 몇일식 묵어 썩어 빠진 인분(人糞)옆에서 주먹밥을 나누어 먹으며 적과 싸왔다. 하루에 한끼의 밥밖에 먹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너의들의 선임병은 용감했다. 서로의 이름을 모르면서도 앞뒤 양옆의 전우와 생사를 함께 했던 전우들이었다. 이제 너의들은 편안하고 안일한 정신을 버려야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을 때가 아니다. 눈 깜박할 사이에 목숨이 달아나는 악조건이 너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옆에 있는 적군의 시체와 이름 모를 아군의 전사자가 혼재한 이 언덕에서 너의 들은 싸워야하고 이 위난(危難)의 조국을 지켜야한다? 힘있고 용기에 넘치는 소대장의 훈시가 끝나자 각자가 배속된 분대를 찾아 자리를 옮겨갔다. 험악한 비탈을 지나고 가파른 바위틈을 지나 분대가 자리한 곳에 도착하니 유성준 분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우리를 훑어보더니 나에게로 다가와서 하는 말이

? 너 몇 살이냐? 되게 어려 보여!?

? 예 19세입니다!?

? 그래 이 몸으로 전쟁하겠느냐? 전쟁은 어렵고 무서워!?

? 예!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 대답은 잘 하는데? 적은 이 산위에 많다! 적을 먼저 보고 먼저 쏘아 죽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는 거야! 이것이 전쟁이 야! 너 총 쏴 봤어? 총을 들겠나? 걱정 된다? 라고 말하고 우리에 게 하는 말은 실전에서 체득한 유용한 경험담 이었다.

? 전투는 먼저 상황을 판단하고 먼저 행동 하여야 한다. 들리는 총 성이 멀리서 들리는 가 가까운 곳인가를 판단하고 그 총성이 적 이 쏘는 총성인가 아군의 총성인가를 판단해야한다 또 총탄이 높이 날고 있는지 낮게 날고 있는지 도 감지해야 한다. 핑 하는 소리는 높이 나는 총탄이고 낮게 나를 해치는 총성은 피르륵! 하 면서 잘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 오는 총탄은 착탄(着彈)후에 소리가 들리는 것이니 미리 알아 두어라!? 정말 실전경험이 많은 훌륭한 고참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분대장은

? 전쟁은 잔인하다 아군과 적군의 시체 옆에서 또는 피아가 쏟은 배설물의 악취를 극복해 가며 그 자리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물 을 마셔야 하는 역경에 있다. 이것이 너의 들에게 닥친 운명이며 우리가 수행해야할 전쟁이다.? 분대장의 강변에 내 마음과 머리는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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