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배운다] <2>행복의 원천 가족-(하)부부가 함께 만드는 가정

입력 2016-01-13 00:01:00

매주 금요일 4代 26명 대가족 모여 식사…빠질 수 없는 한마디 "사랑해"

4대에 걸쳐 26명이 모인 모세 호레쉬 씨의 금요일 저녁 식사 모습. 매주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가족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가족애를 다지고 있다.
4대에 걸쳐 26명이 모인 모세 호레쉬 씨의 금요일 저녁 식사 모습. 매주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가족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가족애를 다지고 있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컴퓨터, 휴대폰 게임 대신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게임을 자주 한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컴퓨터, 휴대폰 게임 대신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게임을 자주 한다.
예루살렘 \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가는 길에 만난 이스라엘 성년식 행사.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13세에 갖는 성년식을 통해 가족 구성원이란 사실과 함께 애국심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아내의 소중함'

유대인 경전인 '탈무드'는 엄마(아내)를 '집안의 영혼'이라고 표현하면서 여인의 현명함과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정에서 엄마(아내)의 존재가 결정적이기 때문으로, '탈무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어느 선량한 부부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혼을 했다. 남편은 성질 나쁜 여자와 재혼해 새로 얻은 여자와 똑같이 나쁜 사나이가 되었다. 아내 역시 나쁜 사나이와 재혼했지만, 얼마 후 그 사나이는 선량한 사람이 되었다.'

◆'가족 깨닫게 하는' 저녁 식사

왁자지껄이란 표현이 딱 어울렸다. 이스라엘 북부 나하리야 네웨지브에 사는 모세 호레쉬(52) 씨 가족의 저녁 식사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장인 모세 씨와 부인, 자녀 2남2녀를 포함해 26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모인 까닭에 북적이는 게 당연했다. 82세인 에스터 씨(모세 씨 어머니)와 5세짜리 증손자까지 4대가 모였다. 7남매인 모세 씨 남매들은 매주 금요일 '카발랏샤밧'(카발랏-시작하다는 뜻의 히브리어, 샤밧-안식일이란 뜻) 식사 모임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건강을 비는 가족 대표 루리트(모세 씨 여동생) 씨 인사말을 시작으로 가족 모임이 시작됐다. 이어 가장인 모세 씨가 일어나 '키두쉬' 한 부분을 읽었다. 키두쉬는 유대교 기도문을 모아 놓은 책이다. 신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도를 하는 순간엔 경건함이 감돌았다. 모세 씨가 빵을 손으로 직접 뜯어 가족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칼 대신 손을 사용하는 것은 안식일이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로코 전통 음식인 칠면조 목 요리를 비롯해 생선과 닭고기로 만든 음식들이 식탁에 차려졌다. 참석자들은 같이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대화의 주제는 지난 일주일 동안의 가족 근황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모세 씨 자녀를 비롯한 아이들이 접시를 나르고 설거지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칠까 봐" "귀여우니까"란 이유로 아예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 우리 가정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모세 씨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저녁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한다"며 "아이들에게 '가족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식사 자리를 통해 아이들이 가족의 구성원이란 사실, 가족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유대인 밥상머리 교육…예절 교육·화해의 장소, 영적 자양분 공급

유대인만큼 밥상머리를 통한 자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민족도 드물다. 이스라엘 정부는 밥상머리 대화와 교육에 국가적 관심을 두고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주 5일 중 하루 한 끼라도 전 가족을 밥상에 앉히기 위한 독려책을 쓰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까지 밥상머리에 앉히기 위해 정부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필수요원만 남기고 군인들을 귀가시킬 정도다. 이스라엘에선 매주 안식일(샤밧'Shabat'금요일 일몰에서 토요일 일몰까지)에는 대부분 유대인 상점이나 공공기관이 문을 닫는다. 대중교통수단도 운행이 정지된다. 안식일에 모세 씨 가족처럼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밥상머리를 자녀 교육의 소중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같이 밥을 먹으며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 많은 대화를 나눈다. 또한 밥상머리는 가정 예절을 배우는 유쾌한 교육장소다.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화해의 장소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밥상머리는 부모로부터 영적 자양분을 공급받는 성소(聖所)가 된다. 신에게 감사하며, 나라를 걱정하고 애국심을 돋우는 장소인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일찍부터 유대인이 밥상머리 교육에 주안점을 둔 까닭에 세계 디저트 식품 업체를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하겐다즈, 허쉬초콜릿, 스타벅스 등의 창업주가 유대인이다. 결론적으로 유대인에게 밥상머리 대화는 즐거운 식사와 함께 가족애가 꽃피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자리 "자녀 옆에 있는 게 아빠 역할" 퇴근 후 청소·빨래

직장에서 한창 일하는 아버지에게 자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대하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아버지 모습은 크게 다르다. 한국 아버지 대부분은 상사나 동료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지 않거나 건성으로 받는다. 반면 이스라엘 아버지들은 정성을 다해 자녀와 통화를 한다. 이스라엘 직장 상사들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 "전화 받으세요. 지금 이 순간 아버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녀가 전화한 것입니다. 자녀에게 아버지가 필요할 때 아버지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세 씨 역시 아이들이 회사로 전화해 아빠를 찾을 때엔 하던 일을 제쳐 놓고 집으로 달려온다. 그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할 때 아빠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자녀 옆에 있어 주는 것,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아빠의 할 일"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이스라엘 남성들은 피곤하고, 기가 죽어 보일 수 있다. 이스라엘 여성은 군 복무(2년)를 해 성격이 거친 편이다. 여성의 90% 이상이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남편과 부인이 집안일을 분담한다. 남성들은 퇴근 후 거의 모든 시간을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집안 청소를 하고 밀린 빨래도 해야 한다. 부인이 늦게 들어오면 음식까지 준비해야 한다. 부인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늦게 들어온 부인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많다. 부인도 직장에서 온종일 시달리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아버지의 권위'가 이스라엘에선 살아 있다. 거실의 소파나 식탁 의자에 '아버지의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대한 권위는 엄격해 아버지가 출장으로 몇 달간 자리를 비워도, 심지어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도 그 자리는 아버지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 남성들에게는 또 하나의 권위가 주어진다. 가족회의에서의 최종 결정권이다.

이스라엘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아버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것이다. 모세 씨의 부인 다프나(41) 씨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부부 사이에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자녀를 위해 최대한의 역할을 하려는 남편의 마음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바깥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엄마로서 역할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모세 씨는 "아내는 좋은 사람이어서 가족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두 아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모세 씨는 적어도 하루 한 번은 부인과 자녀들에게 '아니 오헤브 오타'(히브리어로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뜻)라는 말을 하고 있다.

◆자녀, 가족이 같이 키운다…성년식 때 친척들·부모 지인까지 모여 축하

이스라엘 역시 이혼율이 높은 편이다.(2014년 기준 25%) 그러나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갖는 상처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버지가 없어도 그 역할을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가 대신해준다. 가족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충분한 사랑과 애정을 받아 정서가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성년식을 통해서도 가족 모두가 자녀를 키운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자녀가 13세(여성은 12세에 하는 경우도 있음)가 되면 성년의식을 치른다. 결혼식과 같이 일가친척과 부모의 지인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축하를 한다. 참석자들은 현금으로 부조를 하는데 이렇게 모인 돈은 자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밑천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년식에서 특이한 것은 성년이 된 자녀가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참석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다. 1년 전부터 정성을 다해 준비한 발표문을 읽으면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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