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한심한 후보 재배치론

입력 2016-01-13 00:01:00

4·13 총선에 나설 이른바 '진박' 인사들, 혹은 중량감 있는 후보들의 대구경북 지역구 재배치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수도권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왔다. 그 자리에 경산·청도의 3선 의원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차출설이 제기되자 그가 발끈했다.

대구 달성 출마가 거론되던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대구 중·남구로 옮김에 따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이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 북구갑에 나서려던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고향인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으로 옮겼고 대구 동구갑 출마 예정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지역구 이동도 거론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은 김부겸 전 의원이 있다곤 하나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다. 이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가 이곳을 출마지로 택했을 때 안전운행을 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의 지지세가 만만찮아 이곳은 어느덧 새누리당의 험지가 된 꼴이다. 다른 지역구에서 '진박' 후보들의 재배치가 논의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기대했다가 기대만큼 지지율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꽤 높았는데도 물갈이 방식이 청와대의 낙하산 형태로 이뤄지는 것처럼 비치자 민심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일색이던 대구의 총선 지형에 자그마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야권에서도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새누리당 간판을 달더라도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면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의 대거 투입은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처사였다. 물갈이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저 어디 높은 곳에서 내리꽂듯이 후보들을 만들어낸다면 유권자들은 거부감과 반발심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이 와중에 대구의 현역 의원들만 좋아지게 됐다.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선 때마다 물갈이 대상에 많이 포함되는 것은 그들이 공천만 얻으면 당선된다고 보고 유권자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선거가 다가오면 유권자를 위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후보들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를 대놓고 깔보았다.

그런 마당에 후보자들을 재배치한다고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지지율을 갉아먹는 '안철수 신당'이 참신한 후보들을 내세운다면 새누리당은 어찌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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