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계 불황에 고객 "우린 더 불편"

입력 2016-01-12 00:01:00

경영 악화로 배달 서비스 중단, 중소 규모 업체 줄줄이 문 닫아

대구 인쇄업계 불황이 심화하면서 인쇄물 이용이 빈번한 시
대구 인쇄업계 불황이 심화하면서 인쇄물 이용이 빈번한 시'군'구청과 설계업체, 연구원, 광고업체 등도 연쇄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 범물동 A토목설계 업체는 재작년까지 도면 인쇄를 맡기던 인근 복사업체가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럽게 "인쇄물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최근 인쇄 일감이 줄면서 경영이 악화해 추가 지출을 줄인다는 이유였다.

A업체가 한 번 의뢰하는 도면의 양은 20~30㎏짜리 상자 20여 개에 달해 화물차 없이는 운반하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설계 업무를 할 일손도 부족해 손수 도면을 운반할 수도 없었다. 이 업체는 결국 매달 20만원가량의 추가 지출을 감수하고서 화물 퀵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A업체 관계자는 "인쇄업계가 어려우니 인쇄 작업이 필수인 업체들도 덩달아 고생이다. 다양한 업계의 연쇄적인 출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IT 발달과 불경기 등으로 인해 지역 인쇄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이 탓에 인쇄물 사용이 잦은 관련 산업들도 줄줄이 추가 지출과 업무 지연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인쇄업체들은 최근 3년 새 줄줄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한때 대구지역에만 1천 개가 넘는 업체가 성업 중이었으나 최근에는 대구시에서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문을 닫는 업체 수가 늘고 있다. 컴퓨터'스마트폰의 발달로 100쪽 미만 소책자나 공공기관의 고지서를 컴퓨터 문서파일로 주고받는 일이 대폭 늘고 달력의 입지가 줄어든 점, 광고와 대량운송이 줄면서 전단과 대형 포장박스 등의 수요가 급감한 점 등이 이유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국내에 불어닥친 불경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수도권 인쇄업체의 대량 인쇄 서비스도 대구경북 인쇄업체 일감 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현 대구인쇄문화협회 회장은 "3년 전만 해도 대구 인쇄'복사업체는 마산'창원 등에서까지 의뢰를 받을 만큼 전국 내 인쇄산업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지역 내 인쇄물 수요가 대폭 줄자 소규모 업체는 대거 문을 닫았고, 일부 중소규모 업체도 더 많은 일감을 찾아 대구를 떠났다. 자연히 남은 업체에 일감이 몰리면서 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인쇄물을 빈번히 활용하는 관공서나 업체도 함께 불편을 겪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인쇄물을 받아보는 시점이 지연되기 일쑤인 데다 A업체처럼 운송료를 추가 지출하는 곳도 많다. 대량의 고지서 및 보고서 등을 필요로 하는 시'군'구청과 연구원, 설계도면 책자를 거래처에 제출해야 하는 건축'토목설계업체, 광고 전단'책자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5년 전과 비교해 인쇄물을 받아보기까지 길게는 2배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업계 사정이 나쁘다고 해 이해는 하지만 우리도 연구 성과를 기한 내 제출해야 할 때가 많아 때때로 마음이 조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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