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불화로 번지는 극심한 취업난

입력 2016-01-11 00:01:00

집안에서 눈칫밥 신세 취준생, "학원비 등 부모에 죄송하지만 잔소리 심해 싸움 번져"

공무원 시험을 2년 넘게 준비하고 있는 이모(27'여) 씨는 최근 집안에서 부모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 취업을 못해 '눈칫밥'을 먹는 와중에 하루가 멀다 하고 부모의 잔소리가 쏟아진 탓이다. 이 씨는 "같은 과에서 졸업한 뒤 외국 기업에 취업한 동기들을 예로 들 때는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며 "평소 학원비, 생활비 등을 의지해 미안한 마음은 크지만 어떨 때는 정도가 너무 심해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다"라고 털어놨다.

극심한 취업난이 가족 간의 불화로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취업준비생이 어머니와의 갈등에 대해 올린 글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취업준비생은 "요즘 어머니 탓에 짜증이 폭발한다. 공부하는 방 옆에서 TV 소리를 높여 시끄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가사 노동에 대한 폄하 발언까지 늘어놓으면서 논란은 커졌다. 그는 "엄마는 평소 하는 일 없이 아빠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산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하지만 부모 역시 취업준비생인 자녀가 예민해진 탓에 눈치 보는 일이 잦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아들을 둔 주부 김모(55) 씨는 "아들이 '제2의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고3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온 가족이 아들 눈치 보기에 바쁘다"며 "취업 되면 다 해결될 거라 믿고 있지만 현재 집안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취업에 대한 부모세대와의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1년간 취업을 준비하다 지난해 말 금융권에 취업한 최모(28'여) 씨는 "손으로 꼽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리라 기대했던 부모가 '그런 곳에 취업할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준비를 오래 했느냐'고 말할 때 힘들었다"고 했다.

서은주심리상담센터(구 대구심리상담센터) 서은주 박사는 "가족이 마지막 방어선인 만큼 취업에 낙방하는 자녀를 든든히 지켜줘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토닥토닥 협동조합 대표는 "자녀가 취업, 결혼 등을 하면 가족 간의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취업준비 기간을 가족 간의 시간을 가지는 시기라고 인식한다면 한결 가족 사이가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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