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쌀 생산량이 전년도보다도 8만t 이상 늘어난 432만7천t이라고 한다. 쌀 생산량은 늘어나고 소비량은 감소하면서 산지 쌀값은 하락을 거듭하여 생산자인 농업인들은 풍년 속에도 기뻐하지 못하고 오히려 허탈함이 커지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고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침내 '묵은쌀을 사료화'한다는 발표까지 나오면서 쌀을 사료로 써서 되겠느냐는 일부 농업인들의 불만도 노골화되고 있다. 한때 쌀은 우리의 생명이나 다름없었던 만큼 농업인들의 반발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2015년 10월 말 기준으로 재고미가 135만t이나 된다고 하니 농정당국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고미가 늘어나는 주원인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있다. 2005년 우리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80.7㎏이었던 것이 지금은 65㎏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난 10년 동안에 1인당 소비량이 20% 이상 감소했으니 생산된 쌀이 남아돌 수밖에 없다.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쌀소비 추세를 이대로 두고 단순한 감산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4%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80%에 가깝다. 식량 자급률이 이처럼 낮아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일하게 자급 수준에 있는 쌀의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쌀의 소비가 더 이상 줄어들어서는 안 되겠다. 쌀은 단순한 경제재를 넘어 국가의 식량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쌀의 가장 큰 소비처는 밥이다. 가정에서부터 밥을 맛깔 나게 지어먹어야 하겠다. 밥에 이것저것 섞어 먹게 되면 고유의 밥맛이 없어지게 되고 식감 때문에 어린이들이 밥 먹기를 싫어한다. 장년층보다 청소년층의 쌀소비량이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은 반찬 없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온 가족이 모여 갖가지 반찬과 함께 먹는 밥은 영양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자녀들의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우리의 식단에서 주인 노릇을 해오던 밥은 그 고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불고깃집에서 밥이 주식이 아닌 후식으로 변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대도시와 농촌의 식당 어느 곳에서도 밥 한 공기 값은 법으로 정한 듯이 1천원이다.
또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밥으로 소비하는 쌀의 양이 180g도 안 되는데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밥을 먹게 되면 탄수화물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고 잘못 알고 있으니 누가 밥을 즐겨 먹겠는가. 밥 대신 빵을 먹게 되면 건강에 유익한지 되묻고 싶다. 쌀과 밥이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지구촌 곳곳의 곡물들과 나쁘게만 비교되고 있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대중식당에서 사용하는 밥그릇과 수저도 언제부터인가 전국적으로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그런 용기에 담긴 밥을 과연 먹고 싶어 할까. 그것도 아침 일찍 밥을 지어 보온밥통에 담아두었다가 먹는 밥이 제 맛이 날까. 밥이 이렇게 천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니 쌀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밥과 벼농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10년 정도만 되돌려도 지금의 쌀생산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쌀의 소비를 일정수준 유지시켜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재고미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해외 식량의존도도 낮추어야 한다. 이제는 쌀문제 해결에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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