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맞지예<藝>? 그렇지예<藝>!

입력 2016-01-08 00:01:00

[매일춘추]

각기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하는 가운데 서울에 살고 있는 이가 "대구 사람들이 쓰는 '~ 예'라는 말이 정말 정겹게 들린다"고 말했다. 내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맞지예? 그렇지예!"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그분이 눈치 챈 것일까?

막내로 자란 나는 어릴 적 나이 차 많은 언니와 오빠와 대화를 할 때 '맞제? 맞제!'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맞제? 맞제!'는 막내로서 결정권이 없던 내가 언니와 오빠에게 동의를 구함으로써 나의 행동에 확신과 용기를 가지기 위한 사전 의사결정 과정이었으며, 차후 꾸지람을 듣지 않기 위한 사전 포섭의 수단이었다. 어느 날 대학생이었던 언니는 "제발 '맞제? 맞제!' 좀 쓰지 마라"라며 짜증을 냈다. 너무 촌스러운 동생의 사투리가 거슬리고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부끄러웠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대답하기가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언니에게 지적을 당한 이후로 나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쓰게 된 '맞지예, 그렇지예'는 경상도의 많은 사투리 중에 가장 긍정적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콜센터의 표준말을 친절하게 사용하는 상담사와 전화를 할 때면 뭔가 2%의 부족함이 있다. 때로는 고객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상담사의 노고와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영혼 없는' 친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하고 문화예술 잡지를 만들면서 문화예술의 향유에 대한 욕구를 가진 많은 시민들을 만나게 되고 문의 전화도 많이 받게 된다. 그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받게 되면 "맞지예? 그렇지예!"를 섞어가며 맞장구칠 때가 많다. 대구 사람의 거센 억양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구 시민에게 문화예술이 가까이 있고 어렵지 않은 친근한 분야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노력이기도 하다. 또 상담기법의 1단계인 '공감'도 숨어 있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친근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의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된다.

대구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자신과 자기분야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며 대구의 문화예술을 지키고 있다. 2016년에도 그들의 활발한 활동이 대구 문화예술의 꽃을 활짝 피웠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다른 분야, 다른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맞장구를 치며 활동을 격려할 수 있는 "맞지藝? 그렇지藝!" 행보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문화예술의 도시, 공연중심 문화도시 대구의 원동력은 많은 예술인들의 노력이 일구어낸 예술의 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맞지藝? 그렇지藝!"로 모든 예술인과 대구 시민들께 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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