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 과시하려는 김정은의 모험, 美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전술"

입력 2016-01-06 19:56:39

북핵 실험 전문가 전망

북한이 6일 '수소탄 핵실험'을 전격 강행한 데 대해 남북 관계 전문가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남북 관계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수소탄 핵실험은 북한이 질적으로 수준 높은 핵 능력을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가 핵보유국 지위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대화에 직접 나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번 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확인한 후 오는 5월 초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 때 외교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수소탄 핵실험은 핵 기술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인데, 외부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커진다. 핵 능력의 상당한 질적 수준을 외부에 과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에 북한의 핵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 차원에서 군사적 능력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인민의 충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 미국이 대통령 선거국면이어서 전혀 북미 대화에 나올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 능력을 높이는 데 포인트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에 있어서도 김정은의 방중이 당장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더라도 군사 능력을 키우면서 판 자체를 이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남북 관계는 지금 상황에서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 남북 관계가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배경으로는 첫째, 수소탄 개발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특히 올해 미국 대선 및 정권 교체 전에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했다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더 이상 국제사회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수소탄 실험을 통해 미국이 북미 대화에 직접 나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북한은 수소탄 핵실험을 통해 한국 정부로 하여금 '통일 준비'와 '통일 외교'를 포기하고 대북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수 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 대응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러시아가 협조할지 의문이 든다.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저강도 제재에는 동의해도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북한은 중국이 북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걸 염두에 두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완벽하게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해선 협상 테이블로 미국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협상테이블 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을 올려놓고 대화해 보자는 암묵적 메시지로 보인다. 핵보유국으로서 핵 군축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얻어내기 위한 일환일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 관계 개선은 원론적인 입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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