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희망이 있는 사회인가

입력 2016-01-06 01:00:03

새해가 밝았건만, 마음은 온통 어둡다. 새해가 전혀 새해 같지 않다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희망과 기대 속에 한 해를 시작해야 마땅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오히려 더 찌푸려져 있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한 해가 지나면 뭔가 나아져야 할 터인데, 도리어 뒷걸음질할 조짐마저 보이니 어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것 또한 지나가리오'라며 덤덤하게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너무나 큰 위험에 처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지뢰밭이 깔려 있다고 할 만큼 모순과 부조리가 널려 있고, 한 번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대한민국 전체가 나락에 떨어질 지경이다.

예로부터 '등 따시고 배부르면' 만사형통이라고 했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괜찮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한국 경제는 혼을 잃은 호랑이"라든가 "지금 한국은 일본의 1990년대 초를 보는 것 같다"는 말만 나오고 있으니 온 국민이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수출길이 막혀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경제 정책도 거의 파탄 수준이다. 경기를 부양한다며 투기하기 좋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놓아 집값만 한없이 올려놓았다. 공교롭게도 대구경북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지역구인 경산의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물론 두 분이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다. 각각 대구테크노폴리스 개발과 도시철도 1'2호선 연장이라는 호재 덕분이긴 하지만, 대통령과 경제 수장과의 연관성 때문에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빚을 내 집을 사라고 재촉하는 듯한 정책을 남발해 서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가계 부채는 1천200조원대로 늘어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돼 있다. 돈을 빌려 집을 사 놓으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고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때 부러움을 샀던 포항, 구미, 울산, 거제 등 공업도시들의 동반 추락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귀가 닳도록 들었던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진 나라가 이 정도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압축 성장 뒤의 압축 퇴보인가.

경제가 그렇게 어렵다면 정치권이라도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땅을 칠 노릇이다. 여야 모두 민생은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될리 없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의 지역구, 소속 정당'정파, 구닥다리 신념에 매몰돼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정치권이다. 무책임과 부도덕성의 전형들이 여의도를 차지하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노령화 저출산, 사교육비, 역사 논쟁 등 해묵은 현안도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탐욕과 이기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헬(hell)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올 한 해 절망 속에 살아야 할까.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희망뿐이다. '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고 하지 않던가. 희망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현재의 정치권을 강력하게 응징(膺懲)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제를 바로잡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정치권을 응징하는 데는 표심(票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몽룡이 변사또를 응징하듯, 곤장을 치고 쫓아내면 가장 바람직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고, 국민들이 정치권을 갈아엎는다는 각오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힘만 제대로 보여주면 우리 사회의 수준과 서민들의 삶은 한층 나아질 것이고, 제대로 된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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