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강사법이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

입력 2016-01-06 01:00:13

옛말에 "작은 불씨가 퍼지면 넓은 들을 태운다"고 하였다. 이처럼 화근이 될 것은 미리 처음부터 경계를 하고 없앨 필요가 있다.

'시간강사법'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자살 이후 대학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시간강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시간강사법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런데 보호 대상인 시간강사는 물론 대학에서도 대량해고를 부추긴다며 반대하면서 지난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이후 2012년과 2013년, 그리고 지난해 말 세 차례에 걸쳐 유예됐다. 유예의 선행학습이 좋은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 실정이라면 이제는 폐기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주 내용으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당사자인 시간강사는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강의가 대폭 축소됨으로 인해 고학력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간강사는 7만 명이고 그 외 다른 비전임교원 2만 명을 합치면 9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전임교원 숫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간강사법에 따르면 대학은 일주일에 9시간 이상의 의무 강의시간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주당 3, 4시간을 강의하던 기존 강사들은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담당 강의를 잃게 돼 고학력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처우 개선의 하나로 시간강사 계약기간도 기존 6개월 단위에서 1년 이상 연장하면서 현행 조교수 이상과 같은 교원 지위를 인정,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인 교원충원율에도 포함하기로 했다. 강사법이 통과되면 강사를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측은 비용 증가로 인해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든 실정이다.

결국 전임교수들의 담당 시수를 늘려서 비용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임교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 부담만큼 시간강사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현재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국립대학이 시간당 8만원 수준이지만 사립대학의 경우는 천차만별이다. 종합대학의 경우에도 시간당 5만원을 넘지 않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전문대학은 시간당 강의료가 2만~3만원인 대학이 대다수이다. 연봉으로 치면 국립대학의 경우 9시간 강의 기준 2천160만원밖에 안 된다. 이런 와중에 계약마저 안정적이지 못하면 생계를 꾸려가는 것은 더욱 힘들게 된다.

모든 시간강사들은 학기가 끝나는 기말쯤이면 다음 학기 강의시간 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강의 배정을 받지 못하면 실업자가 되는 현실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수 가장의 노동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청년실업과 더불어 고학력 실업이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부작용은 학생들에게도 미친다. 현재 많은 대학이 강좌당 50~60명으로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의 질을 최소한이나마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강사법이 시행되면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대학이 강의 개설을 줄이거나 중복되는 강의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대형 강의가 많아질 우려가 크다. 심지어는 수백 명이 수강하는 초대형 강의가 생겨나게 될 수도 있다. 대학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겠으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는 최악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더 이상 '시간강사법'을 시대의 필요악으로 남겨두지 말고 폐기한 뒤, 보다 더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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