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타구 부상 막는 글러브 필수, 우산은 시야 방해하고 이동 불편
최근 스포츠'레저 인구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관람객 762만 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올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새로 개장해 야구 열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스포츠 관람 에티켓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설렘 속에 찾은 경기장에서 뜻밖의 사고를 당하거나 기분을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즐겁고 안전한 나들이를 위해서는 시민 모두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러브와 우의, 꼭 챙겨 오세요
지난 9월 1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는 비 때문에 1시간여 늦게 시작했다. 우천 취소가 불가피해 보였지만 포스트시즌 일정이 촉박한 탓에 오랜 기다림 끝에 경기를 강행했다. 관람객 역시 평소보다 훨씬 적은 4천181명에 그쳤다.
짓궂은 '가을장마'에 대부분의 관중은 우산을 펼쳐 들었다. 우의를 입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내 어느 구장에서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의 시야를 방해하고 이동에도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행동은 성숙한 관람 문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일본에서 우의는 야구팬의 필수품이다. 우의 색깔로 응원 팀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우산을 쓴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준비된 야구팬이라면 야구장 나들이에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글러브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파울 타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안전 도구'이기도 하다. 관중석을 향해 날아가는 공은 시속 200㎞에 육박한다.
최근 3년간 프로야구 관람 도중 타구에 맞아 다친 관중은 무려 500명이 넘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일 의원(새누리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42명, 2014년 240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반기에만 122명이 다쳤다. 특히 대구시민야구장은 이 기간 동안 1위(173건)로 집계돼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구장이란 오명을 썼다. 삼성 측은 "처음 야구를 관람하시는 분들이 경기에 몰입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단이 글러브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지만 이용객은 하루 10~1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야구장 안전 기준이나 보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입장권 뒷면에도 '운동장 내에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으니 주의하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이와 관련, "파울 타구에 의한 부상에 대해서는 홈 구단이 도의적으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수준"이라며 "KBO 공통 규정 마련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관중과 구단, KBO가 함께 개선에 나서야 할 대목이다.
■부끄러운 경기장 내 음주'흡연 문화
새로 개장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공원 속의 야구장을 표방한다. 외야 관중석 너머로는 푸른 숲이, 야구장 맞은편에는 저수지가 자리 잡아 '파크'(Park'공원)란 단어가 제법 잘 어울린다. 가족과 함께하는, 열린 복합 문화공간으로 각광받을 만하다.
하지만 가족'연인들의 놀이공간이어야 할 야구장이 '야외 술판'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과거와 같은 음주 소란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한국 야구장을 대표하는 문화는 '치맥'(치킨과 맥주)이다. KBO가 지난해부터 'SAFE'(세이프)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주류의 반입만 통제할 뿐 경기장 매점에선 버젓이 술을 파는 것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삼성이 새 야구장 외야에 바비큐석을 운영하되 직접 고기를 구워 먹지는 못하고, 조리된 음식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객에 의한 화재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 구장에서는 2014년 5월에 1루 측 관람석의 관중이 휴대용 버너로 오징어를 구워 먹으려다가 불을 낸 일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으나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광주구장에서는 술 취한 관중이 관중석 담장을 넘어 그라운드에 난입, 심판의 목을 조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흡연 문제다. 야구장은 가족'여성'어린이 관람객들이 다 같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지만 여전히 경기장 구석진 곳에서는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게 현실이다. 대구시민야구장의 경우 경기장 바깥에 주차된 승용차의 지붕은 늘 담뱃재로 얼룩지곤 했다. 이런 일탈 행위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음주'흡연 문화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지만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관람객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
선수의 플레이뿐 아니라 타인의 관람 환경을 저해하는 저속한 욕설과 오물 투척 행위도 근절돼야 할 악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심판에게 욕설을 한 관중이 퇴장당하기도 했다. 합의판정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 관중은 '경기 및 타인에게 방해되는 행위를 할 경우 퇴장 조치 및 법적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약관에 따라 더 이상 경기를 관람할 수 없었다.
대구 새 야구장도 팬들에게 최적화된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익사이팅존 등 선수들의 숨소리마저 들리는 좌석을 신설했다. 그러나 건전한 관전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프로야구 흥행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관중이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오물을 투척하는 모습은 결코 유쾌한 모습이 아니다.
욕설이 아니더라도 일부 팬의 몰지각한 행동은 프로야구의 열기를 가라앉힐 위험 요소다. 소음을 일으키는 도구나 선수의 눈을 향한 레이저는 경기에 지장을 줄뿐더러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팬들까지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프로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치어리더를 향한 추태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을 맡고 있는 노숙희 ㈜놀레벤트 치어리더팀장은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야구장에서 사고를 일으킨 관중을 '블랙리스트'로 분류, 출입 제한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에서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상식적 관중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구단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출범 35년째를 맞아 8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둔 KBO 리그도 '난동꾼'을 뿌리 뽑을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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