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 스타지만 국내 정치는 실패
박근혜는 왜 메르켈처럼 하지 못하나
160명 가까운 여당 의원도 '허송세월'
친박·비박·반박 나뉘어 여당 노릇 못해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것이 정치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고비에 접어들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잘못된 정치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마도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정치한다는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들에서는 정치의 중심이 국회 또는 의회에 있다. 그래서 의회민주주의라는 말도 생겼을 것이다. 우리가 과연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의회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바탕에 깔고야 가능한데 우리나라가 과연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나라인가 의심스럽다. 국회의사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야당은 툭하면 '장외투쟁'을 한답시고 서울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거기서 정부나 여당을 비난도 하고 공격도 하면서 허송세월을 한다. 그 야당 의원들을 달래서 국회로 돌아오게 하는 일도 결코 수월치가 않다. 집 나간 불량아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국회무용론'도 제기되고,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운동도 국민 사이에 활발하다. 그러나 국회는 매우 냉담하다. 자기들 밥그릇에 관한 일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터이지만 가부 간의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잠잠하기만 하다 '국회의원 100명' 제안도 법안으로 발의되어 국회가 심의하고 통과시켜 줘야 비로소 그런 개혁이 가능한데,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국민의 그런 의견도 묵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정치는 국민이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굴러가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을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잘했으면 지금쯤 일본과 맞먹는 경제력을 갖출 수도 있었는데 대한민국은 발목이 잡힌 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이 전적으로 국회에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연 편견일까? 흔히들 그것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느 당의 어떤 의원들이 만들어서 통과시킨 것인지 따져보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 따라 그들이 나서서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 아닌가. 다수결(多數決)이 민주주의 기본인데 만일 그 원칙이 무시된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청와대의 주인이 된 18대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지켜본 나의 의견은 다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 그가 보여준 외교의 솜씨는 완벽했고 그는 문자 그대로 국제무대의 스타였지만 국내 정치에는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물론 나라가 다르고 정치 풍토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왜 한국의 박근혜는 독일의 메르켈처럼 하지 못하는가. 미안한 말이지만, 박근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유를 숭상하는 세계인의 정신적 지주였고, 1918년 파리에서 개최된 강화회의에 참석했을 때 '메시아'의 재림 같은 열렬한 환영을 받은 미국의 우드로 윌슨(1856~1924)을 연상케 한다.
그는 국제 정치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국내 정치에는 완전히 실패하여, 미국은 국제연맹에 가입조차 하지 못했고 그가 죽은 지 5년 뒤에는 '경제공황'이 몰아쳤고 미국이 빠진 국제연맹은 살인마 히틀러의 등장을 막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160명 가까운 절대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가? 그들 중에는 친박(親朴)만 있는 게 아니라 비박(非朴)도 있고 아마도 반박(反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야 어떻게 여당이 여당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옛날 어른들이 "미운 놈 떡 한 개 더 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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