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24시 현장기록 112] 112신고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입력 2015-12-31 01:00:02

#. 21일 오후 3시 43분쯤, 대구 수성구 상화로 새마을금고 앞에서 시동을 켜 둔 채 잠시 세워둔 택시가 없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즉시 인근에 있는 순찰차와 형사기동차량 등 전 출동 요소를 현장 주변에 긴급 투입하고 택시회사의 GPS 위치추적 자료를 확보했다. 추적 결과, 현장에서 약 1㎞가량 떨어진 곳에서 택시가 발견됐고, 범죄 발생 약 12분 만에 범인을 검거하여 또 다른 강력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는 사안을 신속히 해결했다.

#. 19일 오후 1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내 광고전단지가 많이 붙어 있다고 출동해 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광고전단지나 불법 현수막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항이라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여도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신고인은 막무가내로 출동해 달라고 요구해 결국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청 담당자와 협조해 민원을 해결했다.

사례에서 보듯 경찰관이 모든 업무를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독자들에게 하나 질문하고자 한다. "110번은 무슨 번호일까요?" 하나 더. "120번은 언제 필요할까요?"

정답은 110번은 행정에 대한 종합 민원 안내를 위한 정부민원콜센터 번호이고, 120번은 각 시'도 민원콜센터로 다양한 상담과 민원안내를 하고 있는 번호다.

필자가 110번, 120번을 얘기한 것은 과대 홍보로 몸살을 겪고 있는 112에 대한 작은 배려다. '범죄 신고는 112'가 대변하듯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생겨난 112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술 취해 밤길을 걸을 수 있는 치안 강국을 넘어 세계에 치안을 수출하는 '치안 한류'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영광의 이면에는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허위 신고, 장난 전화에서부터 긴급하지도, 경찰의 소관도 아닌 각종 서비스 요청과 단순 민사 사안에 대한 출동으로 인해 정작 긴급한 신고에 대응력이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해 전체 112신고 중 무려 87%가 비긴급'비출동 신고라는 통계가 말해 주듯 분명 지금 112는 국민들로부터 어찌 보면 과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로 인해 정작 긴급한 범죄의 피해가 생겼을 때, 그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면 혹은 나라면 그 안타까움과 억울함이 얼마일까?

이제는 112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실례로 미국의 경우 우리에게도 익숙한 통합긴급번호 911 외에 민원 안내 등 긴급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안내번호로 311을 운영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도 통합긴급번호 999와 안내번호 101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112는 긴급범죄신고'라는 취지에 맞게 생활소음, 체불임금, 유기견 문제, 쓰레기 무단투기 등 경찰 소관 외의 사무는 앞서 설명한 120번, 110번을 이용하자. 또 채권채무 관계처럼 민사소송으로 갈 사안이나 '버스가 안 온다' '순찰차를 태워달라'는 요구부터 전화번호 문의 등의 단순 서비스 요청이나 민원 상담은 경찰 소관이 아니므로 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알 필요가 있다. 이는 필요한 경우 경찰서 민원실'지구대'파출소 등 가까운 경찰관서를 이용해야 할 부분이다.

112는 중요범죄로 생명'신체에 위험이 있거나 현행범 등의 긴급 범죄에 집중하여 현장경찰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중요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경찰은 국가를 대신하는 공권력의 상징이지만 '만능해결사'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다.

과한 112 홍보를 고치기 위한 얘기가 또 다른 홍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112를 111+1 혹은 113-1로 가리고 싶은 유혹을 애써 참으며 글을 마치며 112를 사랑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혹 그간 112 많이 사랑해 줬더니 이제 왜 갑자기 튕기느냐는 '밀당'으로 오해 마시고 자신의 일도 국가에 맡기는 나태와 공권력을 몸종으로 여기는 오만으로부터 112를 구해 나와 우리 가족,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고 더욱 안전하게 하려는 작은 충정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문용호 경정·대구지방경찰청 종합상황실 3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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