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장·차관 출신이 정치 신인인가

입력 2015-12-30 03:00:00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출신을 정치 신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 신인에 대한 진입 장벽 해소를 위해 경선 유효 득표율의 10%(여성'장애인은 20%)를 유효 득표율에 더 얹어주고,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 출신도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없다면 정치 신인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공천 경쟁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를 도입키로 한 마당에 가산점까지 준다면 공정한 경선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선투표제가 시행되면 1차 투표에서 이기지 못해도 결선 투표에서 '뒤집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산점 부여는 또 다른 불공정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공천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해서도 안 되지만 현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 신인에 대한 가산점 부여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출신을 정치 신인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다. 선출직이 아니어서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은 단순 논리이다. 공천에서 이들에게 적용해야 할 잣대는 '인지도'이다. 이들의 이름은 직무 특성상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인천 송도에 출마하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대구에서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 예정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이들을 잘 모른다 해도 사정은 같다.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 출신이라는 경력은 현역 의원 못지않거나 더 큰 정치적 무게를 갖는다. 그런 이점은 선거 조직에서 뒤지는 약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정치 신인이지만 현역 의원보다 불리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냥 두어도 공천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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