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대상이 되는 지역 대형 제조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업장이 공장 밀집지역인 공단 내에 있다 보니 어린이집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고, 업체에서 떨어진 곳의 어린이집에 위탁하려고 해도 희망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은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의무 이행으로 봤으나 내년부터는 인정받지 못한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비용은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한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의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직장 어린이집 의무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1천여 곳, 대구에는 27곳에 이른다. 대구 경우 27곳 중 이미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또는 위탁 중인 15곳을 제외한 12곳이 내년에 직장 어린이집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12곳 중 관공서'대학'병원을 제외한 500인 이상의 제조업체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1천657명), 평화오일씰(652명), 대동공업(812명) 등 3곳이다.
대구 달성군 한 자동차부품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교대근무로 직원들이 오전 7시까지 출근한다. 어린 아이들이 오전 5시에 일어나 부모 손에 이끌려 1시간 동안 출근길에 따라나서는 것도 큰 스트레스이고,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사 임원도 "소음과 매연 등으로 대기 질이 좋지 않은 산업단지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인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입장에서도 최소 7억~8억원씩 들여 가며 면적 600㎡(약 180평)가량의 어린이집을 짓기는 정부 지원금을 감안해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제조업체 경우 공단에서 떨어진 곳의 어린이집에 위탁해 보육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로자의 집과 위탁 어린이집의 거리가 멀 경우 등을 고려하면 이용자가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관련법에 따르면 위탁 보육 대상 아동의 30% 이상이 위탁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 의무화가 '0점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달서구의 한 제조사 임원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출산 및 육아를 장려하려는 정책이지만, 제조업체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공장 인근에서 아이를 의무적으로 키워야 한다면 젊은 구직자들은 오히려 제조업체를 더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말 대동공업 등 달성공단에 있는 업체 4곳에 공동 직장 어린이집 운영을 제안했지만,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 의무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지만 수개월 정도의 유예는 있을 것으로 안다"며 "제조업체들 경우 직장 어린이집 직영이나 위탁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해결책 모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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