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계획과 평가

입력 2015-12-30 01:00:06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 이들도 많을 것이다.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그것을 평가해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새로운 계획에 적용하는 건 만사에 기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니 평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올해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받았다. 의과대학 인증평가는 의과대학의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적 수준에 대해 학교에서 자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평가위원단이 현지 조사를 한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이 평가를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이 받아야 한다. 대학 체계와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졸업 후 교육 등 총 6가지 항목에서 세부적인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수행한다.

이러한 인증평가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표준화와 교육의 질을 높이지만, 실제 평가를 받는 학교와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몇 달 전부터 회의와 서류작업을 거쳐 보고서를 내야 하고, 실사를 받는 1주일 동안은 많은 일을 젖혀두고 평가에 매달려야 한다.

그런데 평가를 준비한 교수들끼리 인증평가가 끝난 후 모여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엉뚱하게도 더 자주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진담 섞인 농담을 듣게 된다.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평소에 잘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금방 개선되고 평가를 받은 후에는 한 차원 더 발전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덕분이다. 평가가 계획과 실천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의사국가고시에서 실기시험의 도입도 비슷한 예다. 의학적 지식을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사로서 갖춰야 할 여러 수기와 태도를 실기시험을 통해 평가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의과대학들이 우려했다. 하지만 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모든 의과대학들이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학생들에게 실기 교육을 시행했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교육과정으로 녹아들었다. 국가고시라는 평가 없이 원칙적인 교육관으로 각 학교에 수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과연 이렇게 빨리 교육과정이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장황하게 의과대학의 예를 든 것은 새해에는 모두 자기 평가와 외부 평가를 받으면서 계획과 실천을 개선하고 잘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특히 건강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금연과 절주, 운동, 다이어트 등과 같은 새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찾으며 의지를 다져야 한다. 좋은 평가위원들을 모시는 것도 중요하다. 힘들 때 언제나 격려해주고 포기하려고 할 때 따끔하게 혼도 내줄 수 있는 사람들. 바로 가족과 친구들이다. 그들에게 자신의 건강 계획을 떠벌리고 약속하고 다짐하자. 평가위원들이 무섭고 꼼꼼할수록 실천의 의지는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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