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성탄절이었다. 해마다 맞이하는 성탄절이지만 올해는 유달리 조용했다.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그 어떤 여유도 찾을 수 없는 삶의 고단함 때문일까? 그래도 왠지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가 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적었다. 삶의 수준이나 형편도 훨씬 힘이 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되면 나라 전체가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과 성탄 장식으로 넘쳐났다. 아이는 물론 청소년, 심지어 어른에 이르기까지 쓸쓸히 가는 연말 분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가슴 따뜻한 설렘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전기 절약 차원이나 차분하고 진지하게 보내는 국가 시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 어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과 소중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길거리에서 12월이 되어도 캐럴을 들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성탄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더 이상의 설렘이 없다는 것이 슬픈 것이다. 무엇을 해도 예쁘게 가슴 뛰는 설렘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설렘이 있음을 느낀다. 첫눈에 대한 설렘, 여행 가기 전의 설렘, 어렸을 적 소풍 가기 전날 밤의 설렘, 첫사랑의 설렘, 성탄절의 설렘, 첫 집 마련을 하고 입주를 앞둔 주부와 온 식구들의 설렘 등. 특별히 12월은 많은 설렘의 정점에 있던 달이었다. 크리스마스를 통하여 수많은 연인들이 작은 설렘 속에 만남과 약속을 하며, 마음 담긴 선물을 통하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거운 설렘이 있었다.
최근 케이블TV의 한 코믹 가족 드라마가 화젯거리다. 바로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따뜻한 가족애, 우리 골목과 우리 이웃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와, 아날로그식 사랑과 우정으로 향수와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특별한 세련됨이나 화려함이 없어도 수많은 삶의 현장에서 작은 부분 부분에 설렘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잘 그려 주고 있다. 소위 메이커 신발 하나에도 오랜 시간 설렘으로 기다리고, 작은 장갑 선물 하나에도 설렘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설렘은 또 다른 행복지수가 아닐까.
두근거림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설렘이요, 또 다른 하나는 두려움이다. 결국은 오늘 이 시대는 삶에 대한 많은 두려움이 삶을 누르고 있기에 더 이상의 설렘이 사치나 대수롭지 않은 부분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과연 과거에는 삶의 두려움이 없었을까?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두려움의 요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러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며, 자족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결국은 가슴 따뜻한 설렘을 느끼며 살아가게 한 것이리라. 설렘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삶 속에 숨겨진 설렘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라진 우리의 설렘을 회복하면 참 좋겠다. 다시 한 번 길거리에서 우리의 마음을 녹이고 설레게 하는 캐럴이 흘러나오면 좋겠다. 사라진 성탄 트리가 가정마다, 그리고 곳곳에 다시 세워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격해하고, 별거 아닌 변화와 장식에도 가슴 설레며 살아가는 아날로그 감성이 다시 살아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릴 때부터 너무 풍요로운 것에 익숙하고 당연시하고 있으며, 감사를 가르치지 않은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다음 세대와 아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경험인 설렘을 다시 돌려주면 좋겠다. 온통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에게 설렘을 물려준다는 것은 필자의 과한 욕심일까? 올겨울에는 다시 한 번 옛 추억을 떠올리며, 지금 주어진 나의 환경에 감사하고 감격하며 설렘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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