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산 150여 가정 찾아간 산타요정 400여 명

입력 2015-12-26 01:00:08

대구청년회 8년째 '사랑의 몰래 산타' 이벤트…11월부터 2개월 동안 준비

산타 일행이 엄마와 살고 있는 세 자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산타 일행이 엄마와 살고 있는 세 자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24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주택가.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깜짝 손님들이 등장했다. 산타와 루돌프, 산타 요정 복장을 한 10명의 젊은이 손에는 저마다 선물과 풍선, 케이크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이들은 엄마와 함께 사는 6살과 초등학교 4'6학년 등 세 자매의 집을 찾아 특별한 성탄절 추억을 선물했다.

이들은 대구청년회가 운영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원들이다. 올해로 벌써 8회째 이벤트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직장인으로 구성된 몰래 산타 400여 명은 10명씩 한 팀을 이뤄 이날 대구와 경산 일대 150여 가정을 방문했다. 몰래 산타들은 이날 이벤트를 위해 지난 11월부터 2개월간 준비를 해왔다.

세 자매의 집에 등장하기 5분 전. 산타 일행은 아이들에게 들킬세라 목소리를 낮춰 막바지 작업에 열중했다. 풍선을 불고 케이크에 초를 꽂은 뒤 산타 일행은 세 자매 집으로 향했다. 산타는 아이들의 이름과 멘트를 연습했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긴장과 설렘이 역력했다.

세 자매의 집 문이 열리고 산타 일행이 입장하자 장난치던 세 자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타마을에서 온 요정들이에요"라고 외치며 스피커에서 캐럴이 울려 퍼지자 6살 막내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두 언니들도 요정들의 율동에 서로 마주 보며 수줍게 웃었다.

산타의 선물 증정 시간이 되자 부끄러움을 타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세 자매는 산타 요정들에게 "요정은 어디 있느냐"며 농담을 던지다가 산타의 풍선아트를 볼 때면 신기한 듯 몰입하기도 했다. 뒤이어 루돌프가 초를 꽂은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자 아이들이 다 함께 새해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

같은 시각, 동구의 신나는효목아동센터에도 몰래 산타가 나타났다. 빨간 옷을 입고 흰 수염까지 붙인 산타가 등장하자 센터에 모인 아이들 25명의 시선이 산타 일행에 집중됐다. 산타가 "여러분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준비했어요"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산타 일행은 아이들을 6개 조로 나눠 '산타마을 만들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지점토와 색종이, 솜과 사인펜을 활용해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 선물상자 등으로 채워진 '산타마을'을 뚝딱 만들었다. 김모(14) 양은 "산타마을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며 수줍게 말했다.

산타가 빨간 선물 보따리를 지고 나올 땐 센터가 아이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산타는 "올해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주겠다"며 운을 뗀 후 아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선물을 쥐여주었다. 산타 역할을 맡은 류진광(24) 씨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니 같이 순수해지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이브가 자신을 위한 날인 것처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후관(34) 신나는효목아동센터장은 "2008년부터 꾸준히 몰래 산타가 방문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덕중 사랑의 몰래 산타 대구운동본부단장은 "우리 사회 곳곳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나누지 못하는 친구가 많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친구들이 잠시나마 정을 느끼고 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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