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쇼, 쿡방 지고 집방 뜬다고 전해라~
2015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이끈 건 '음악쇼'와 '쿡방'이었다. 앞서 시작된 '육아 예능'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듣는 재미에 예능 요소를 결합한 '음악쇼'가 인기를 얻으며 방송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깨알 같은 음식 관련 팁과 함께 웃음을 끌어내는 '쿡방'이 또 다른 트렌드 축을 형성했다. '음악쇼'와 '쿡방'이 인기를 얻으며 추억의 가수들이 속속 방송에 복귀하는가 하면, 유명 셰프들이 방송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2015년 말 현재. 이제 '음악쇼'와 '쿡방'에 이어 인테리어 등 주거 공간을 소재로 한 '집방'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올 한 해 예능계의 흐름, 그리고 2016년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집방'에 대해 살펴봤다.
◆'리얼 예능'의 건재함, 전성기 맞은 '음악쇼'
올 한 해 동안 예능계에서 꾸준히 사랑받은 포맷은 역시 '관찰형 리얼리티 예능'이었다. 수십 개의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동원되고 여기에 적당한 수준의 기획으로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KBS 2TV '1박 2일'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계 전반에 확산된 포맷이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올해까지 인기를 이어온 육아 예능 역시 '리얼 예능'의 일종이다. 지난해부터 '리얼 예능'이 물러가고 '스튜디오형 예능'의 시대가 돌아온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과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tvN의 나영석 PD가 '꽃보다 청춘' 시리즈 및 '삼시세끼' 시리즈를 빅히트시키며 2015년 예능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포맷의 하나가 됐다.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리얼 예능' 외 올 한 해 동안 유독 눈에 띈 트렌드가 있는데, 바로 '음악쇼'와 '쿡방'의 확산이다. '리얼 예능'의 시작이 지상파였던 데 반해, '음악쇼'와 '쿡방'은 올해 상승세를 보인 JTBC와 tvN 등 2대 비지상파가 플랫폼이 됐던 케이스라 눈길을 끈다.
먼저 '음악쇼'의 유행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와 JTBC '히든싱어'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히든싱어'는 비지상파 프로그램인데도 7~8%(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제외 기준)대에 달하는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으로 지상파 예능국을 자극해 또 다른 형태의 '음악쇼' 탄생에 영향을 줬다. 일단 JTBC 내에서도 지난 9월까지 방송된 '백인백곡-끝까지 간다'를 내놓으며 '히든싱어'의 뒤를 잇는 '음악쇼' 개발에 열을 올렸다. 이런 흐름은 MBC '복면가왕'과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됐다. 각각 지난 4월과 5월에 첫선을 보인 두 프로그램은 '히든싱어'의 기획을 절묘하게 틀어 새로운 형태로 가공했다. 특히 '복면가왕'은 출연자들에게 복면을 씌우고 목소리만 들려준 채 정체를 유추하게 만드는 등 예능적 재미를 극대화해 올해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JTBC는 유재석과 유희열을 앞세워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내놓고 과거 히트곡을 부른 뒤 잊힌 '옛 가수'들을 매주 안방극장으로 소환하고 있다. 고정 팬층이 뚜렷할 뿐 아니라 출연자에 따라 단번에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향후에도 '음악쇼'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쿡방' 범람, 인기 직업으로 요리사 급부상
2015년 방송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트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쿡방'이다. 잠시 방송계의 트렌드로 불렸던 '먹방'의 인기를 이어받았는데, 요리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스타화하고 이들의 손에서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능적 재미와 함께 보여줘 큰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 초기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후 맛집 소개 등 유사한 포맷이 넘쳐나면서 그저 중장년층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가구형 콘텐츠'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흔히 방송계에서는 중장년층에게 안정적으로 어필하는 프로그램을 '가구형', 좀 더 공격적으로 왕성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층에게 어필하는 프로그램을 '타깃형'으로 분류한다) CJ 계열 올리브TV가 라이프스타일 채널을 표방하며 꾸준히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역시 특정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시들해진 소재가 올해 가장 '핫'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계기가 된 프로그램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급부상했고 상반기 중반 즈음에 이르러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최현석, 이연복, 샘 킴 등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요리사들이 연예계 스타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고 이 분위기가 타 방송사에 영향을 줘 '쿡방' 붐을 부추겼다. 특히 올리브TV 등의 전문 채널과 함께 이 분야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던 CJ E&M이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쿡방'이 젊은 층까지 사로잡으며 '가구형'에서 '타깃형' 콘텐츠로 부각됨과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리브TV와 tvN 등 계열 채널을 통해 '집밥 백선생' '아바타 셰프'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와 같은 주목할 만한 '쿡방'을 내놓으며 '원조'의 정통성을 알리려 애썼다. 또한 '수요미식회' 등 '쿡방'과 '먹방'을 대담 형식으로 풀어내며 정보를 주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상파 역시 '쿡방' 열기에 동참했다. MBC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론칭하며 요식업계 스타 CEO 백종원을 전격 기용해 효과를 톡톡히 본 데 이어 SBS도 역시 백종원을 내세워 '백종원의 3대천왕'을 선보이며 견제에 나섰다. '범람'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유사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독창성과 재미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적어도 내년도 상반기까지는 '쿡방'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방', 2016년 예능계 뉴 트렌드로 확산 조짐
2015년 연말 새롭게 떠오르는 소재가 있으니 주거 공간을 활용해 정보와 재미를 주는, 이른바 '집방'이다. 2000년대 초반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인기와 함께 잠시 부각됐던 주거환경 개선 소재 프로그램의 부활로 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자가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층이 늘고 있는 현실에 맞춰 방송계의 또 다른 인기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공개된 대표적인 '집방' 중 하나는 JTBC '헌집 줄게 새집 다오'다. '냉장고를 부탁해' 포맷을 일부 차용해 '집방의 냉장고 버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스튜디오로 출연자의 냉장고를 통째로 옮겨오는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출연자의 주거 공간을 스튜디오에 완벽하게 재현하고 현장에서 인테리어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구라와 전현무가 메인 MC로 나섰고 정준영, 정준하 등 연예인들과 박성준, 김도현 등 건축 분야 관계자들이 함께한다.
뒤를 이어 나온 또 다른 '집방'은 tvN '내 방의 품격'이다. 방송인 노홍철을 내세웠으며 인테리어 재료와 구입 방법 및 리폼 비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노홍철을 중심으로 각 패널 간 주고받는 토크 역시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두 개 프로그램의 론칭과 함께 그보다 앞서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을 시작한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도 정규 편성되며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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