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삶이 참으로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이야말로 인생무상이란 인식의 뿌리일 것이다. 불교와 도교적 사상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인생무상은 물욕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서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허무주의와는 또 다르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조신 설화'는 무상한 삶을 주제로 한 국문학사상 원조(元祖)격인 이야기이다. 출가수행 중인 젊은 스님이 고을 태수의 딸을 사모한 나머지 함께 도망가서 숨어 살았는데, 한평생 온갖 간난신고를 겪다가 늙고 병들어 아이들마저 굶어 죽을 지경에 문득 눈을 떠보니 그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이었다는 것이다.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지은 한글소설 '구운몽'이나 근대 소설가인 춘원 이광수의 작품 '꿈'도 바로 이 조신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모두가 인간사 부귀공명이 부질없는 것임을 설파하며,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니 한단지몽(邯鄲之夢)이니 하는 사자성어도 다 인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가 덧없음을 비유한 말들이다.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인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임의 정이…' 등의 구절이나, 비슷한 시대를 살다간 송강 정철의 권주가인 '장진주사'에도 무상한 인생에 대한 탄식과 관조가 스며 있다. 우리 전통 음악의 걸작인 판소리도 예외가 아니다. 구미 출신인 박녹주 명창이 운명을 앞두고 영욕의 세월을 뒤돌아보며 인생무상을 절절히 노래한 '인생백년'이란 판소리 단가가 그 좋은 예이다. '사철가' 역시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이며, '백발가'(白髮歌), '불수빈'(不須嚬), '편시춘'(片時春) 등도 유사한 형식과 내용의 단가이다.
요즘 오랜 무명을 극복한 한 여가수의 '백세인생'이란 민요적 창법의 노래가 한 시절을 풍미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반복적인 리듬에 노랫말 또한 생사거래(生死去來)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지니고 있어, 각종 패러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말이지, 어느 날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온다면, 우리는 어떤 항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때 후렴구인 '전해라' 앞에 붙일 언사에 한 개인이 살아온 일생의 비의(秘意)와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을 듯싶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