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메모를 하자] 메모 습관은 들이기 나름

입력 2015-12-24 01:00:02

반짝 아이디어·새로운 정보, 일단 기록하는 습관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용훈 사무처장이 자신의 수첩에 일정을 메모하고 있다. 박 처장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용훈 사무처장이 자신의 수첩에 일정을 메모하고 있다. 박 처장은 "하루에 단 몇 줄이라도 그날 있었던 일을 정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항상 '메모'가 있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은 틈틈이 모아둔 메모로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모자 속에 항상 종이와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남한테 들은 말을 즉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성공하는 사람들의 인생에는 항상 '메모'가 존재했다.

◆왜 메모해야 하나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로 '성공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답변이다. 그래서 메모를 실생활에서 잘 활용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용훈 사무처장은 자타공인 '메모의 달인'이다. 박 처장이 10여 년 전부터 모아놓은 수첩들 속에는 주요 일정은 물론이고 기부금 내역 등을 포함한 각종 수치가 적혀 있다. 일정에는 중요도와 행사 내용에 따라 형광펜으로 표시돼 있었다. 내용을 더 적어넣기 위해 포스트 잇도 꽤 많이 붙어 있다. 박 처장의 메모는 수첩에만 끝나지 않는다. 휴대전화 속 전화번호부에 연락처를 저장할 때도 맨 아래 메모 칸에 만난 날짜, 장소, 목적과 만난 사람의 인상착의를 기록해 놓는다.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을 해 놓는 이유에 대해 박 처장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죠. 만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때그때 만남에 대해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잊히게 되고, 다시 만났을 때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 결례를 범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회의나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이야기해야 하는 수치들이 있어요. 바로 기억이 안 나면 곤란한 경우가 있다 보니 그런 것도 수첩 앞쪽에 적어놓고 바로바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기록해 두는 것이 기억력을 보조하는 가장 큰 도구가 되더군요."

◆일단, 적어라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들에게도 메모는 특히 유용하다. 알뜰한 소비를 위해 장에 가기 전 오늘 사야 할 찬거리를 적어 가는 것은 알뜰 주부의 기본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장을 보기 위해 메모를 적을 때는 사려는 것을 죽 나열해서 적지 말고 식료품, 생필품 등으로 나눠 적어보면 장 볼 때의 동선도 줄일 뿐만 아니라 충동구매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하루에 가계에 들어오고 나간 돈을 차례차례 기록하는 가계부도 메모의 일종이다. 특히 가계부를 쓰면서 돈의 흐름을 파악해보면 가계 예산을 어떻게 짤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어떤 것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이라면 '오늘 해야 할 공부'에 대한 내역들을 차근히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또 책이나 TV, 인터넷 서핑 중에 본 글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적어 두거나 신문을 보고 내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눈에 띄면 그 부분을 오려서 붙인 뒤 날짜와 내용 등을 간략히 붙인 종이 여백에 적어놓는다면 상식과 견문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검색으로 볼 수 있는 신문기사들 대부분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크랩 또는 공유 기능을 지원하므로 이를 활용해 정보를 모아두는 것도 메모의 한 방법일 수 있다.

메모는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목적의식이 없는 메모는 자칫 낙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자잘하게, 혹은 바쁘게 적은 것들을 다시 본 뒤 이를 요점 정리해서 다른 곳에 다시 기록해 두면 자신만의 훌륭한 자료집이 된다. '나는 메모를 열심히 하는데, 막상 메모한 내용을 가지고 글로 엮으려니 잘 안 된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메모들이 분류되지 않고 뒤섞인 채로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항목별로 정리해서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메모한 내용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이를 실천하는 것이 메모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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