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 백두대간서 뛰어논다

입력 2015-12-24 01:00:03

봉화 춘양면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 철조망 작업 한창…4마리 방사

올 연말 완공될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조성 중인 호랑이 숲. 작은 사진은 새끼 호랑이 미호. 매일신문DB
올 연말 완공될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조성 중인 호랑이 숲. 작은 사진은 새끼 호랑이 미호. 매일신문DB

지난 21일 오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연말 준공을 앞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안에 만들어지고 있는 호랑이 숲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작나무 숲, 백두대간 야생화 단지 사이로 펼쳐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정상 부근에 4만9천500㎡ 규모의 드넓은 터에 호랑이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5~7m 높이의 철조망이 1.1㎞ 구간에 펼쳐져 있어 휴전선 철책을 방불케 할 만큼 장관이다. 평면은 5m, 비탈면은 7m 높이의 철제 빔 사이를 잇는 철조망 설치 작업은 쉽지 않아 보였다. 중장비와 트럭들이 오가며 막바지 작업을 알리는 굉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 숲에서 살아갈 호랑이의 위용을 가늠케 했다.

울타리는 철조망뿐만이 아니었다. 철조망 내부에 전기 울타리를 한 겹 더 설치, 울타리 쪽으로의 호랑이 접근을 아예 차단했다.

배준규(46) 임업연구관은 "호랑이는 자신의 키보다 5배 정도 높이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철조망을 높게 설치했다. 철조망 상단부에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지만 별도로 철조망 안쪽에 전기울타리를 이중으로 설치해 호랑이의 탈출을 막는다. 호랑이는 수염을 통해 물체를 감지하는 습관 때문에 수염에 전기 충격이 있을 경우, 울타리 근처로 오지 않게 된다. 백두대간의 상징인 백두산 호랑이가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다시 살아갈 날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호랑이 숲 가장 꼭대기 부분에는 호랑이가 쉬고 자고 먹고, 치료받고 분만하는 관리동이 있다. 호랑이는 자신보다 높은 곳에 다른 동물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특성 때문에 호랑이의 집 역할을 할 관리동은 호랑이 숲 최정상부에 건립하게 됐다.

호랑이 숲 내부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관리 도로와 진입 차단문(자동) 2곳이 설치된다. 일반인들이 호랑이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철조망 유리창도 들어선다. 호랑이에게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호랑이를 관찰할 수 있다.

연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완공되면 전문가들과 사육사들을 모집한 뒤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를 이곳으로 옮겨온다. 6개월간 적응할 수 있도록 입방사 훈련기간을 거친 뒤 일반에 공개한다. 내년 8월쯤이면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일반인들이 백두산 호랑이를 볼 수 있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1차적으로 옮겨올 백두산 호랑이는 지난 2011년 11월 중국 동북호림원에서 도입된 백두산 호랑이 수컷 '금강'(8살)과 암컷 '금송'(9살),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호랑이 암컷 '미호'(3살), 그리고 강원도 강릉수목원에서 사육 중인 수컷 '호랑'(14살) 등 모두 4마리다.

1차로 4마리를 먼저 옮겨 온 뒤 근친 교배를 막기 위해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호랑이를 들여와 방사할 계획을 백두대간수목원 측은 갖고 있다.

호랑이 숲이 만들어진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과거 호랑이 서식지인 백두대간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 환경과 식생이 러시아의 자연서식지와 유사해 호랑이를 사육하기 좋다. 또 과거 백두산 호랑이 분포의 흔적인 호식총(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의 무덤)이 다수 발견된 곳이다.

산림청은 2012년 3월 봉화 춘양면 서벽리 일대 5천179㏊에 사업비 2천515억원을 들여 기후변화지표식물원과 산림종자 영구저장시설, 고산식물 연구동, 호랑이 숲(4.8㏊) 등이 포함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

한편 우리나라 호랑이는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포획된 이후 멸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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