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메모를 하자] 가계부, 잘 쓰면 돈 아낀다

입력 2015-12-24 01:00:05

수입·지출 한눈에…충동구매 현저히 줄어들어

예전에는 손으로 가계부를 써 왔지만 요즘은 가계부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작성할 수 있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예전에는 손으로 가계부를 써 왔지만 요즘은 가계부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작성할 수 있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30년 전만 해도 연말에 남성들이 여성지 한 권을 사들고 가는 풍경이 흔했다. '아내의 문화생활을 위해서'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실제는 여성지 별책부록인 1년치 가계부를 얻기 위해서였다. 남편들은 연말에 아내에게 여성지 한 권을 선물하면서 한마디 한다. "내년에도 열심히 쓰라고. 그래야 잘 살지."

가계부는 예나 지금이나 알뜰 살림의 상징이다. 대부분 연초에 가계부를 써 보겠노라고 야심 차게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수입과 지출이 안 맞고, 수입은 늘지 않는데 돈 써야 할 곳만 보이면 가계부를 쓸 마음이 사라지면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만다. 하지만 다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가계부를 제대로 쓰는 법만 알면 알뜰 살림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가계부를 선택할까

가계부는 기록 형태에 따라 수기 가계부, 인터넷 가계부,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수기 가계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손으로 쓰는 형태의 가계부다. 예전에는 여성지 부록이나 '금전출납부'라는 묵직한 장부 형태의 가계부만 있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디자인의 '쓰는 맛'이 나는 가계부가 시중에 많이 등장했다. 손으로 쓰는 가계부는 직접 자신이 손수 써 내려가는 만큼 자신의 소비 습관을 반성하고 소비 패턴을 고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지만, 계산은 물론 각종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많이 느끼고 작성하는 데 있어서 시간도 많이 소비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도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다.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도 가계부 폼이 있어 이를 이용해도 좋지만, '이지데이'(www.ezday.co.kr)나 '모네타'(www.moneta.co.kr)와 같은 여성'금융 전문 사이트의 가계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입, 지출 내역뿐만 아니라 예산 설정, 통장 잔액 즉각 반영 등의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편한 가계부' '똑똑 가계부'처럼 스마트폰 앱 가계부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가계부 앱은 신용카드 사용 알림 문자를 이용한 기록 등 어느 때든 쉽고 빠르게 기록할 수 있고, 자동으로 결산을 내는 것은 물론 소비 패턴도 자동으로 그래프를 만들어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동 결산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기록만 할 뿐 더욱 중요한 소비패턴 파악과 반성에 소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 가계부'처럼 일부 앱은 인터넷으로도 가계부가 연동이 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가계부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좌절하지 않는 가계부 작성법

가계부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가계부가 잘 안 써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계부를 쓰다 보면 '내가 돈을 이렇게 많이 썼나' 싶을 정도로 지출내역이 도드라져 보여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너무 자세히 쓰려다 보니 잔액이 안 맞거나 밀리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부담과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좌절하지 않고 가계부를 쓰려면 "쓰는 항목을 단순하게 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식비 항목에 '곡류, 육류, 채소, 어류, 간식,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등으로 나열하지 말고, '주식, 부식, 간식, 외식'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쓰라는 것. 특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가계부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항목 편집을 통해 간단히 정리한 뒤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계부를 처음 쓰는 사람은 쓰다 보면 잔액이 안 맞거나 항목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좌절하고 가계부 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이때는 너무 집착하지 말고 과감히 건너뛰자. 대신 현금 거래를 했을 때 영수증을 꼭 받아두자. 특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가계부를 쓰는 경우 현금 거래 항목을 빠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다면 정리에 큰 도움이 된다.

가계부를 써서 돈이 아껴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예결산은 필수다. 한 달 예산을 미리 짜 놓고 한 달 뒤에 내가 쓴 돈과 예산을 비교해보면 돈이 어디에 가장 많이 쓰이는지, 불필요한 지출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가계부나 스마트폰 앱 가계부는 이런 예결산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쉽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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