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건강

입력 2015-12-23 01:00:02

한 잔, 두 잔 마시다…1, 2년 먼저 갑니다

술을 마시면 몸 안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의 20%는 위벽을 통해 즉시 혈관으로 흡수되고, 나머지 80%는 소장에서 천천히 흡수된 뒤 혈액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간으로 들어간 알코올은 대사과정을 통해 유해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된 뒤 아세트산으로 산화된다. 아세트산은 분해돼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이 지나간 장기는 몸살을 앓는다. 뇌에 들어간 알코올은 뇌혈관과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고, 구강과 식도, 위벽에는 염증을 일으킨다.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지방간과 간경화 등의 원인이 된다. 췌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이 악화되고, 고혈압과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생식기 장애와 불임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장과 간을 망가뜨리는 알코올

알코올은 위에 직접 작용해 위염을 일으킨다. 기존의 위염이나 궤양을 악화시키고 식도나 위장의 점막을 헐게 해 출혈의 원인이 된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음식물 흡수가 어려워 영양 장애가 올 수 있다.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면 술이 췌장을 자극해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췌장염이 지속되면 인슐린의 분비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나타난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장기는 간이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 해독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손상을 받는다. 간 조직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이 대표적이다. 쉽게 피로하고, 식욕이 없으며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게 특징이다.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간경화의 전 단계인 간염은 간세포를 파괴하며 심한 경우 복통과 고열,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염이 오래되면 간경화로 이어지기 쉽다. 간경화가 되면 조직이 굳고 쪼그라들어 기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간경화가 되면 술을 끊어도 좋아지지 않고, 간의 재생 능력도 사라진다.

술은 심장과 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은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여 심장에 부담을 준다. 중성 지방을 늘려 동맥경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심장 근육에 혈류 공급 장애가 생기는 협심증이나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성욕 감퇴와 성기능 부전, 불임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은 1급 암 유발자

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알코올은 발암 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신체 조직에 쉽게 침투하도록 만든다. 알코올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는 DNA 복제를 방해하거나 직접 파괴한다. 이때 발생한 돌연변이 세포의 일부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분열해 암세포로 바뀐다.

음주로 인해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암은 식도암과 구강암, 인후두암 등이 있다. 간암과 대장암,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하루 50g(주종별 5잔) 정도의 알코올 섭취를 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2, 3배까지 증가한다.

간암은 음주로 인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에너지 대사가 잘 되지 않아 지방간이 쌓인다. 지방간이 심해지면 염증이 발생하거나 간세포가 파괴되고 심할 경우 알코올성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한다.

알코올은 대장 세포를 손상시켜 대장암의 원인이 된다. 특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과도 관련이 깊다. 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4잔 정도 포도주를 마시는 여성은 유방암 발병 위험이 1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과 직접 접촉하는 식도와 구강, 인후두 역시 위험하다. 하루 한 잔 정도의 가벼운 술(알코올 12.5g)만으로도 식도암은 30%, 구강암과 인후두암은 17%가량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이 머리로 들어가면 기억이 밀려 나온다

알코올은 뇌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알코올이 뇌에 들어가면 중추신경을 억제해 혀가 꼬이고 비틀비틀 걷게 만들며 기억이 사라지는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 뇌세포의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성적 사고와 판단에도 문제가 생긴다. 또한 충동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착각이나 지능 저하, 잦은 분노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기억에도 빈칸을 만든다.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지는 이유는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뇌에서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게 만드는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뇌 신경세포 사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활동을 멈추고,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초기에는 뇌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길 뿐 다시 원상회복이 되지만 블랙아웃이 반복되면 탄성을 잃은 스프링처럼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건강한 음주를 위해서는 식사를 먼저 하고 술은 가급적 천천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양한 숙취해소 음료나 음식 등이 있지만 개인차가 뚜렷하고 임상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면서 "술을 적게 마시거나 금주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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