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운명 달린 한판…황진하 "연내 기본적 룰 마련"

입력 2015-12-23 01:00:13

새누리 공천특위 출범

새누리당 공천제도 특별위원회(위원장 황진하 사무총장'이하 공천특위)가 22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20대 총선에 적용할 공천룰 등을 둘러싼 여권 내 '공천 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울린 것이다.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향방과 당내에서의 계파 간 힘의 구도, 또 현역 의원을 포함한 후보자들의 운명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둔 계파 간 신경전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배분으로 어렵사리 공천특위를 출범시켰으나, 룰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추천지역 적용 ▷결선투표제 ▷당원 대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 등을 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최종 룰 마련까지는 계파를 대표한 선수들이 '링' 위에서 사활을 건 혈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황진하 위원장은 "연말까지 기본적인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특위는 이날을 시작으로 이달 중에만 25일부터 27일까지 3차례 연속 회의를 하는 등 공천룰 제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선추천지역

우선추천지역 문제와 관련, '진박'(眞朴'진짜 친박) 인사들을 통해 현역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친박계는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선거구 판단을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적용하자는 속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략공천은 없다"는 김무성 대표 측은 당헌 해석 범위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친박계는 대구경북(TK), 서울 강남권 등 여권 초강세 지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고, 비박계는 호남 등 열세 지역에 한정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국면이다.

당헌 103조에 따르면 우선추천지역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을 뜻한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강한 TK가 됐건 강남이 됐건 우선추천지역을 적용해야 한다"며 사실상 전략공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비박계 홍문표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서 "새누리당 강세지역은 우선추천제 적용이 안 될 것"이라며 물러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천특위 첫 회의 안건에 우선추천지역 적용 범위를 둔 안건이 올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여권에서는 최고위원회 보고를 거쳐 공천룰을 의결해야 하는 만큼 최고위 입맛에 맞는 안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추천지역 범위에 TK가 들어간다면 힘의 균형이 친박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반대로 결론이 나면 비박계의 입김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천특위가 합의해 가져온 공천룰을 최고위가 거부하고 수정한다면 모양새가 이상하기 때문에 최고위 의중이 반영된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

결선투표제와 관련해서도 친박계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1차 경선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일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한 복수 후보들이 결선에서 결집하면 현역 의원을 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현역 물갈이를 염두엔 둔 친박이 선호하는 방안이다.

현역 의원들을 가급적 많이 뽑아내고 그 자리에 '진박' 후보를 심으려 하는 친박계로선 현역에게 불리한 경선에서의 결선투표 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민 대 당원 반영 비율도 현행 당헌'당규로는 50대 50이지만 상향식 공천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국민 반영 비율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당헌당규대로 당원 대 국민 비율을 50대 50으로 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고 김무성 대표를 위시한 비박계는 국민여론조사를 100% 반영하는 오픈프라이머리에서 한발 물러섰으니 국민참여 비율 70%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공천 시 처음부터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것은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당헌당규를 바꿔 당원의 반영 비율을 줄이자는 것은 결국 당원들이 뭔가 정당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황진하 위원장은 "최고회의의 지침 자체도 50대 50 비율을 잘 검토해서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보수혁신위에서 건의했었던 완전국민경선제 정신은 존중하지만 당원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는 말이며 이 두 가지 뜻을 잘 검토해서 특위에서 조정할 계획이다"고 했다.

◆컷오프

이른바 '컷오프'(cut-off'탈락) 도입 여부 역시 공천특위가 다룰 난제 중 하나다. 이는 친박계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컷오프 도입의 명분은 국민의 새 정치(인물) 요구에 당이 부응해야 총선 전체의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친박계로선 박근혜 대통령을 호위할 정치 신인들을 총선을 통해 대거 등원시켜야 하는 처지라 '빈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친박계인 김태호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달 초 공천특별기구 구성 합의에 즈음해 "컷오프나 전략공천이 배제된 상태에서 공천룰이 논의된다면 '그들(현역 의원)만의 잔치'라는 폐쇄 정치로 비칠 수 있다"고 컷오프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준'이 문제다. 컷오프 대상 의원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 20% 컷오프 방침을 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혁신안의 일환으로 공직자평가위원회에서 컷오프 기준과 대상을 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당에 상처를 안긴 현역 의원이 인지도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재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다. 다만, 그 결정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컷오프가 '공천 학살' 도구로 악용돼 온 사례가 적지 않아 계파 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박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로 출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컷오프 도입 요구에 대해 "하려면 나를 죽이고 하라"며 절대 불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혁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컷오프를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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