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공사 시작 전 56억 챙긴 대기업

입력 2015-12-22 01:00:03

2호선 22개 역사 233억에 수주…177억 주고 협력사 하청 계약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이 안전을 등한시한 채 대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자격이 부족한 대기업에 사업을 맡겨 1'2차 등 여러 단계의 밑도급이 발생하고, 결국 사업 수주만으로 수익을 챙기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올해 9월 1, 2호선 가운데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사에 대해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입찰을 통해 발주했다. 이 중 2호선(22개 역사)을 대기업인 A업체가 233억원에 수주했다. A업체는 최근 자체 입찰을 통해 3개 업체 중 B업체를 협력사로 선정하고 밑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청 금액은 177억원으로, A업체는 실제 공사를 하지 않고도 56억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 측은 "설계'제작'시공 경험이 부족하고 국제 안전인증(SIL)이 없는 A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바람에 B업체에 공사 전반을 맡기는 하청 계약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내에선 '제작 후 문 열고 닫음 100만 회 기준'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SIL인증처럼 설계, 적정부품 선정, 제작, 설치 등 전 과정에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오동작과 고장이 잦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사무총장은 "여러 단계 입찰을 통해 실제 제작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과 가격에만 맞춘 설계'제작이 이뤄지게 된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무화된 SIL인증을 받은 업체를 참여시켜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반면 A업체 측은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곳 관계자는 "B업체에 하청을 주더라도 본사 직원들이 설계와 제작 등 전반에 걸쳐 참여하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SIL인증을 받은 업체가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곳이 국내엔 거의 없을 정도로 표준화된 인증이 아니고, 국가규격에 따라 성능시험에서 합격한 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염려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조달청을 통해 A업체를 선정해 입찰 과정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또 A업체가 하청을 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다만 하청업체가 과연 자격이 있는지,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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