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2억 관객시대 웃고 배급 공룡 스크린 독식 울고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올해 국내 영화계는 지난해에 이어 꽤 유쾌한 성과를 거뒀다. 충무로에서 세 편의 '1천만 영화'가 나왔고, 극장가는 외화와 한국영화를 통틀어 3년 연속 2억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과 관객의 관람패턴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장세가 이어지면 그 이면에 부작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CJ와 롯데, 쇼박스, NEW로 이어지는 4대 배급사 위주의 파워게임 속에서 '작은 영화'와 영화사들이 힘겨워하는 일도 잦았다. 1천만 영화를 비롯해 관객 수 400만~500만 명 이상을 모은 '대박' 히트작이 나온 반면, '중박' 수준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없다는 사실 역시 아쉬웠다.
◆3년 연속 총 관객 2억 명 돌파, 4년째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넘어
연간 국내 극장 총 관객 수(한국영화와 외화 관객 수를 합한 수치)는 2013년에 이어 올해도 2억 명을 넘어섰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9일까지 2억679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그중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662만 명에 달한다. 연간 한국영화 관객이 1억 명을 넘어선 것도 4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16일을 기점으로 '대호' '히말라야' 등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개봉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31일까지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
약 5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연간 극장 총 관객 수 2억 명이란 기록을 세웠다는 건, 단순 대입법으로 풀어볼 때 국민 1인당 한 해 4편의 영화를 관람했다는 말과 같다.
올해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한 작품만 '국제시장'(1천425만 명), '베테랑'(1천341만 명), '암살'(1천270만 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9만 명) 등 한국영화와 외화를 합쳐 총 4편이다. 인구 대비 5분의 1이 넘는 숫자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또 이런 케이스가 한 해에도 수차례 발생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올 한 해 '어벤져스2'뿐 아니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쥬라기 월드' 등 500만~600만 명 이상을 모은 외화까지 속출했으니 해외에서도 아시아 공략에 있어 한국시장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해도 톰 크루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클로이 모레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찾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국영화 초반 부진, 후반 상승세
올해 한국영화의 흥행 그래프를 살펴보면 '초반 부진, 후반 상승'의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다. 지난해 말 개봉돼 상승세를 이어온 '국제시장'을 제외하면 올 초 개봉작 중에서는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 '허삼관'(95만 명) '내 심장을 쏴라'(38만 명) '살인의뢰'(85만 명) '헬머니'(52만 명) '순수의 시대'(46만 명) '무뢰한'(41만 명) 등 100만 고지를 넘지 못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쎄시봉'(170만 명) '오늘의 연애'(189만 명) '차이나타운'(147만 명) '강남 1970'(219만 명) 등의 작품이 100만 명은 넘겨 민망한 수준은 벗어났지만, 그마저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겨우 돌파해 체면치레하는 정도에 그치는 영화가 많았다. 그나마 '스물'(304만 명)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387만 명) 정도가 이 시기에 흥행에 성공한 몇 안 되는 한국영화다. 반면, '어벤져스2' '킹스맨' 등 외화의 강세가 두드러져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6월까지 흥행성적으로 상위 20위권에 든 외화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심지어 이 시기 메르스가 퍼져 극장 관객이 감소하면서 한국영화 일 매출액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극비수사'(286만 명) '연평해전'(604만 명)이 개봉된 6월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전환됐다. 그 사이에도 '손님'(82만 명) '협녀: 칼의 기억'(43만 명)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망해나가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행히 7월 개봉된 화제작 '암살'을 계기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암살'에서 '베테랑'으로 연결된 '1천만 퍼레이드'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사도'(624만 명)의 선전에 이어 '검은 사제들'(543만 명)도 흥행에 성공했고, 19세 관람불가 영화로 관객몰이에 한계가 있었던 '내부자들'까지 600만 명을 훌쩍 넘어 연말까지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뷰티 인사이드'(205만 명) 등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대 배급사 스크린 독과점 등 문제점도 많아
제작-배급-상영 등 영화 산업 내 거대 자본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영화계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이슈다. 실제로 CJ와 롯데가 연간 한국영화의 40% 이상을 투자 및 배급하고, 이들 회사가 가진 멀티플렉스가 전국적으로 70%에 달하는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 두 개 회사를 제외하고 그나마 쇼박스와 NEW 등 '힘' 좀 쓰는 배급사가 아닌 경우에는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블록버스터 두어 편이 멀티플렉스 스크린의 80% 이상을 장악하는 것도 현 영화산업 시스템을 알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극장 측에서는 당연히 좌석 점유율을 기준으로 내세우며 '관객이 선호하는' 작품을 위주로 택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 역시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지당한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영화관에서 돈 되는 작품을 상영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소위 '돈 되는' 작품 외에는 상영 기회를 박탈당해 관객과의 만남이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 있다.
올해도 이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31일 개봉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다. 이 영화는 일반 상업영화로 분류돼 200개가량 되는 상영관을 확보했다가 개봉 후 좌석점유율에서 밀려 관객이 드문 시간대 등에 교차 상영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당시 이 영화의 제작자는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멀티플렉스를 구축했지만 오히려 힘없는 영화와 영화사를 사지로 몰고 있다. 좋은 시간대와 많은 스크린이 확보된 영화가 더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수요층이 공급된 물건을 보고 선택하게 두는 게 아니라 공급자가 수요층에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미리 선택하고 수요층이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상한 구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객의 응원에 힘입어 재개봉의 행운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CGV 아트하우스 등 예술영화 전용관을 차지해 또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센 영화가 그보다 약한 영화를 힘들게 만들고, 또 약한 영화가 더 어려운 영화를 몰아세운 격이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과정에서 갑을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압박해 몰아내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문제로 인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해져 논란이 됐다.
양측의 지속적인 대립 끝에 공동집행위원장 시스템 구축이 해결책으로 제시됐고 결국 배우 강수연이 이용관과 함께 집행위원장으로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부산시가 영화제를 압박하게 된 배경에 세월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등의 이유가 거론돼 '문화행사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압박이 들어간 비정상적인 사례'로 찝찝함을 남겼다. 그 외 대종상 파행운영 및 개최, 정부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며 발표한 영화인들의 집단 성명 등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영화계의 주요 사건들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