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보존회 첫 경연대회, 12개 팀 참가 폭발적 인기
"이리(여기) 둔누봐(누워봐), 오빠를 그키(그렇게) 못 믿어여?"
"내 말이 맞아여 안 맞아여, 그래여 안 그래여."
"나 아이라(아니야) 자(쟤)가 그랬어."
21일 오후 2시 문경 문희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문경사투리경진대회'. 문경사투리가 무대 가득 쏟아져 내렸다.
문경에서 독특하게 쓰고 있는 '문경말'을 보존하자는 '문경사투리보존회'(회장 고성환)가 지난달 26일 창립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첫 경연대회를 연 것이다.
이날 대회는 첫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12팀이 참가했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객석은 가득 찼다. 여느 인기공연 못지않은 관중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고윤환 문경시장과 현한근 문경문화원장을 비롯해 문경시내 각급 기관단체장도 대다수가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정감 어린 지역 사투리를 소재로 한 첫 대회가 예상 밖의 폭발적인 반응을 거뒀다. 이날 하루만큼은 문경에 사투리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행사와 함께 사투리보존회는 문헌과 고증자료를 통해 문경사투리의 현재 상황과 의미를 설명했다.
영남과 기호지방의 관문에 있는 문경은 구미, 김천, 상주, 선산, 경남 거창과 한 방언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투리 '그래여, 안 그래여' 등이 섞여 투박한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억양과 말투는 경상도 언어 중에서 가장 표준어에 가깝다는 것.
국문학자 고(故) 양주동 박사는 "우리나라의 표준말은 서울이 아니라 중부지역의 말로 해야 하는데 중부지역은 상주'문경지역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날 대회를 지켜본 문경시 내 기관단체장들과 시민들은 모두 문경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고영조 문경시 의정동우회장은 "문경말은 같은 경상북도 언어권 속에서도 안동권과 다르고, 대구권과도 다르다"며 "문경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문경말을 수집해 잘 전승해야 한다"고 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같은 문경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며 "우리가 몰랐던 문경의 언어를 되찾고 보존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 지역사회가 잘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현한근 문경문화원장은 "미디어는 표준어로 말하며 학교마다 모두가 표준어로 공부하고 있어 지역마다 고유하게 사용하는 언어는 점점 서울표준어에 동화되고 있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울표준말을 강요하는 현실이 어쩌면 우리나라 전역의 지역 고유성을 소멸시키는 현상과 연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가운데 문경의 정서가 묻어 있는 문경의 말을 갈고닦는 일은 매우 의미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관람석을 찾은 이대영(48'문경시 모전동) 씨는 "내 친구들이 서울에 얼마 안 있다 와서는 '그랬니? 안 그랬니?' 하고, '서울말은 끝을 올리야 한다며?' 하는 우스개들이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된 기억이 생생하다"며 "문경말이 부끄러워 그동안 서울이나 수도권에 동화하려고 서울말 연습을 했던 게 부끄럽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성환 회장은 "평소 안동말이 문경말보다 억세고, 사납게 들려 호감이 가지 않았는데 안동 사람들은 6년 전부터 안동사투리대회를 열어 이를 자산으로 가꾸고 새로운 콘텐츠로 생성해 내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문경말도 잘 보존하고 가꾸면 하나의 지역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로 보존회와 함께 이날 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동에서는 지난 5일 제6회 경북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렸고 올해로 벌써 6번째를 맞았다. 이 대회는 4회 대회까지 안동만의 사투리대회로 하다가 지난해 5회 때부터 대상을 넓혀 문경 영덕 봉화 김천시 등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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