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뭔가 달라" 인식 점차 확산
고담도시 대구, 이미지 쇄신 일로
외지인 불러들여 감동 주는 공연들
대구시 산하 공기업인 도시철도공사 한 남직원은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자원봉사자(=딤프지기)이다.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는 딤프가 열릴 때면, 비번날 봉사활동을 한다. 외국인 출연진이나 방문객을 케어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렇게 선발된 180여 딤프지기들을 위한 해단식은 각별했다. 딤프지기도, 국내외 출연진들도 밤새 쫑파티로 하나가 됐다.
폐막 이튿날 출국 예정이던 영국의 포비든 플래닛팀은 짐을 풀지도 못하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누구도 잠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건만, 딤프의 열정적 분위기와 헤어지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더 비치 보이스, 클리프 리처드 등의 로큰롤을 주제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을 들고 대구를 찾은 영국 포비든 플래닛 출연진들은 딤프의 명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관객 수준에 깜짝 놀랐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로큰롤 음악 여행에 대한 대구 관객들의 리액션이 아주 생동감 넘치면서도 즐기는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의 내한 첫 뮤지컬 공연이 서울 아닌 대구에 먼저 왔는데, 공연 문화에 대한 소양이 풍부한 딤프 관객들인지라 살아있는 리액션을 보여 그들을 흥분시켰고, 스며들기식 딤프지기들의 활동이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끈끈하게 연결된 것이다. 외국인뿐 아니다. 딤프 개막식에 온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감탄했다.
최근 대구를 보는 눈은 나누어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꼴통보수의 도시' 혹은 '고담 대구'로 폄하되었으나, 이제 대구 마니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대구미술관을 찾은 삼성가 사람들이나, 대구보건대 인당미술관을 찾은 화랑협회 책임자들도 "대구 문화는 다르다"고 평가했지만, 그중 하나로 우뚝 솟은 게 대구산 창작뮤지컬 투란도트이다.
대구산 옷을 입은 뮤지컬 투란도트를 보기 위해서 외지인들이 대구로 밀려들고 있다. 지난 토요일(19일), 투란도트가 장기 공연되고 있는 대구 오페라하우스 주변에는 관광버스들이 5, 6대나 늘어섰고, 지난 11일과 12일에도 외지 버스가 줄지어 섰다. 대구 공연을 보러 온 외지 버스 대열은 이제 흔한 광경이다.
지난 딤프 때는 부산대학생회가 단체로 딤프 공연을 보고 대구에서 행사를 하기로 했으나 메르스 때문에 취소되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또 온다. 이처럼 공연문화도시 대구는 진화하고 있다. 대구 관객들은 그냥 한 번 보고 '봤다'로 끝나는 선을 넘어섰다.
어른들만의 잔치에서 어린이들에게도 뮤지컬 경험을 확산시키고 있다. 19일 오후 3시, 7시 두 차례 공연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이 관람객은 소중한 미래의 문화 저변층이다. 지난 2000년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공연장에서 열린 말러 공연에도 시카고 어린이들이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를 뚫고 한 시간 전에 미리 나와서 말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 광경이 대구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문화 체험이 글로벌 수준에 손색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면 세계에서 못 해낼 일이 없다.
내년 2월 서울 공략에 나서는 대구산 투란도트의 장점은 뛰어난 음악과 화려한 캐스팅이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아니어서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없지만, 뮤지컬 투란도트에는 번민하는 칼라프 왕자의 '부를 수 없는 나의 이름'이 있고, 류'투란도트'칼라프가 같이 부르는 '오직 나만이'가 있다. 핑'팡'퐁'팽이 부르는 '오카케오마레'와 군무들이 합창하는 '투란도트', 칼라프의 아버지 타무르가 부르는 '누가 용기 있나'도 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가사도 시사성을 띠고 있다.
대구산 투란도트는 단순한 뮤지컬 이상이다. 어느샌가 형성된 '대구 디스' 분위기를 단박에 반전시키고 있다. '대구산' 간판을 앞세운 창작뮤지컬 투란도트의 서울 공략,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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