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무렵, 초등학교 교문 앞을 지나다 보면 승합차와 셔틀버스가 줄을 서 있다. 오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학원으로 태워가기 위해서다. 모처럼 눈이라도 내리는 날은 아이들의 안전이 신경 쓰인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부모의 사랑이 뜨겁다는 생각보다는 왠지 치열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칭찬으로 기른 자녀'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상담시간에 어머니는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시간에 단 몇 분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니 병원에 가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들이 선생님이 뭐라 하셨느냐고 묻자 "선생님이 너를 무척 칭찬하셨어. 의자에 1분도 못 앉아 있었는데 요즘은 3분도 넘게 앉아 있다고 칭찬하시던걸". 어머니의 말씀에 그날 저녁, 아이는 밥투정 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어 어머니는 진학상담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은 성적표를 내보이며 명문고 진학은 어렵겠다고, 지능도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하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기다리는 아들에게 "선생님이 너를 믿고 계시더구나. 조금 더 노력하면 명문고 진학이 충분하다고 하셨어." 마침내 아들은 명문고를 진학하였고 원하는 대학에도 합격하였다. 대학교 졸업식을 하던 날, 학사모를 쓴 아들이 달려와서 어머니의 품에 안기며 "제가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요. 어머니의 사랑이 오늘의 저를 만드신 거예요. 감사합니다. 어머니!"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읽는 내내 어머니의 뼛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사랑의 힘이 느껴졌다.
세상의 어머니는 자식을 한없이 사랑한다. 과한 금전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화가 치밀 때도 꾸중보다 '칭찬'을 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무조건 칭찬만 하는 것이 사랑일까? 칭찬에는 반드시 '진정성'이라는 핵이 들어 있어야 한다. 상인이 고객에게 하듯 건성으로 하는 칭찬에는 진정성이 없다. 자녀의 고민이나 속사정을 제대로 알고 공감한 후라야 비로소 '유정란' 같은 칭찬을 할 수 있다. 반드시 부화할 칭찬.
어느덧 12월의 막바지, 자녀의 성적도 한 해의 수확기에 이르렀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레는 어린 자녀의 머리를 좀 식혀 주자. 소박한 장식이 반짝거리는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새해를 설계하며 사랑을 녹여 담은 선물을 해 보자. 불쑥, '펭귄들의 선물'이 떠오른다. 그들은 돌을 선물한다. 예쁜 돌을 선물 받은 펭귄은 그 돌을 "보금자리에 깔까? 장식용으로 쓸까?" 뒤뚱뒤뚱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값비싼 선물 대신 희망의 글귀나 그림을 그려 넣은 조약돌 선물은 어떨까? 힘들 때면 꺼내 만져 보면서 알락달락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힘을 얻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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