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국민부터 생각하라" 그 호통 그 길에 맴돌다

입력 2015-12-19 02:00:01

김무성·문재인 나란히 앉아 생전 영상에 추모객들 몰입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을 두 번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이 18일 국회에서 열렸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륜고를 졸업한 이 전 의장은 3선 개헌에 반대하고, 날치기 법안 통과에 반대한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국회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은 영하의 기온 탓에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안에서 진행됐다. 370석 규모의 회의실은 전'현직 정치인들과 추모객들로 꽉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회의실 밖에서 영결식을 지켜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나란히 자리에 앉았고, 김수한' 박관용'임채정'김형오'박희태'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추모 행렬에 동참해 헌화했다.

장의위원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영결사를 통해 "꼭 의장이 되어 우리 국회를 제대로 바꿔보라며 저를 격려해주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홀연히 가셨다"며 "'국회의원은 계파나 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시던 의장님의 호통이 우리 귀에 들리는 듯하다"며 추모했다.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도 조사에서 "이만섭 의장님이 걸어온 길은 바로 대한민국이 걸어온 고난과 단결과 개화의 한 시대였다. 동아일보 기자로 뛸 때는 자유당 정권의 장기 독재를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했고,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바른말을 서슴지 않았음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며 이 전 의장이 한국 정치사에 남긴 의미를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9년 3선 개헌을 추진하자 완강히 반대해 강골 정치인의 이미지를 확인시켰다.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오자 추모객들의 시선은 모두 대형 스크린으로 향했다. 영상에선 연세대 재학 시절 응원단장을 하며 수염 때문에 '털보 응원단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모습, 동아일보 기자 시절 썼던 굵직한 기사들, 14대와 16대 국회의장 시절의 사진이 등장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이 전 의장은 "대한민국 국회는 여당과 야당, 청와대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라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쥔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모교인 대륜고 동문들도 영결식에 와 선배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 등 대륜고 출신 정치인들이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을 지켜본 이완영 의원은 "대한민국 의회주의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미스터 쓴소리"라면서 "요즘 이만섭 선배님 같은 후배 정치인이 없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홀연히 가시니 너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20대 국회에선 제2의 이만섭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애도했다.

영결식은 천주교 예법에 따라 진행됐고, 이 전 의장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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