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출신들, '박근혜'만 내세우면 다 인가

입력 2015-12-18 02:00:01

대구경북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참모진이 지나친 '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국민이나 유권자가 아니라 마치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출마한다는 투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온통 '박근혜'다.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박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 자랑하는 선전장으로 변질하는 형국이다.

대구 달성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특명받은 곽상도'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곽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 군민으로부터 특명을 받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의 해석은 다르다. 교묘하게 둘러댔지만, 박 대통령에게 특명을 받았음을 은근히 과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해일 수 있지만 '특명' 문구는 그런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곽 전 수석의 출마선언 때 윤두현 전 홍보수석과 전광삼 전 춘추관장이 '출연'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두 사람이 '자연인'이라면 그들의 참석을 탓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대구 서구와 북구갑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출연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곽 전 수석과 똑같이 '박근혜 그늘'의 덕을 보려는 운신(運身)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로 등록한 남호균 전 청와대 행정관도 마찬가지다. 남 전 행정관은 지난 11일 출마 선언 원고에 '대통령'이란 단어를 12차례나 등장시켰다. 또 명함에는 박 대통령 바로 뒤에 앉아 찍은 사진과 함께 "바로 뒤에서 보좌해왔습니다. 이제 앞에서 지켜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반면 자신이 왜 출마하는지,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모두 실소가 나오는 '묻지마' 박근혜 마케팅이다. 박 대통령만 내세우면 대구경북 유권자는 무조건 찍어줄 것으로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는 유권자를 얕보는 오만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만 내세울 게 아니라 비전과 정책으로 자신이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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