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유색인 예수

입력 2015-12-17 01:00:12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모습은 참 잘 생겼다. 그리고 빛나는 긴 금발에다 푸른 눈을 가진 백인이기도 하다. 히틀러가 최상의 인종이라고 했던 북유럽인의 전형적인 외모다. 하지만 성서가 전하는 예수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그에게는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 만한 모습도 없었다."(이사야서 53장) 2천 년 전 유대 땅에서 실존했던 예수는 '훈남'이기는커녕 보잘것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는 얘기다.

이런 예수의 모습이 잘 생긴 백인으로 둔갑하게 된 것은 미국의 그리스도 화가이자 복음주의 개신교도인 워너 샐먼(Warner Sallman)의 '예수의 얼굴'(Head of Christ)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부터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그림은 1941년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5억 장 이상이나 팔렸다. 이 그림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백인 예수'는 역사적 인종적 진실을 고의로 은폐한 허구다.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종적으로 예수는 유대인이 속한 셈족이었다. 그리고 셈족은 아랍인이 속한 햄족과 사촌 관계이다. 그래서 햄족을 보면 예수의 외모를 유추할 수 있다. 바로 거무스름한 피부색에 검은 곱슬머리, 갈색 눈이다. 미국의 흑인 교회와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예수가 흑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배경 하에서 예수를 흑인 유대인으로 설정한 사상 첫 영화인 장 끌로드 라마레 감독의 '십자가의 색'(Color of the Cross)이 2006년 개봉됐고, 지난해에는 미국 터너방송(TBS) 계열사인 어덜트스윙이 건달 차림의 흑인 예수가 걸쭉한 욕을 섞어가며 흑인 빈민가에서 '복음'을 전하는 내용의 드라마 '흑인 예수'(Black Jesus)를 기획,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예수가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은 2001년 영국의 리처드 니브 맨체스터대 교수에 의해 법의학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바로 담갈색 눈에 수염을 길렀으며 짧은 곱슬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를 한 예수이다. 이렇게 복원된 예수 사진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에도 복원 과정이 미국의 남성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에 소개되면서 BBC 다큐멘터리의 일부로 제작된 그 사진이 다시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유색인 예수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피부색 저 너머에 있는 예수의 희생과 사랑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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