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떠올리면 눈물이 그치지 않아요. 엄마로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어 아이한테 가장 미안해요.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건강을 회복해 다시 일어설 거예요."
◆어두웠던 어린 시절과 결혼생활
어린 시절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수정 씨는 국가대표 육상선수가 꿈이었다. 초'중학교 때 육상부원으로 활동하면서 대구시, 전국 대회에 출전만 했다 하면 입상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선생님들이 나서 체육고에 진학해 운동을 계속하라고 권할 정도였지만 수정 씨는 부모님의 만류로 꿈을 접었다. 원양어선을 탔던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는 뒷바라지에 돈이 많이 들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딸의 꿈을 반대했다. 공부에는 이렇다 할 흥미가 없던 수정 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채 마트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22살이란 어린 나이에 친한 친구의 소개로 9살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남편은 젊은 시절 정수기 임대업에 뛰어들었다. 결혼 당시엔 직원까지 둘 정도로 업계에선 자수성가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수정 씨는 남몰래 고민이 컸다. 남편이 바깥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퇴근하는 날엔 집 안에 물건이 남아나는 날이 없었다.
"결혼 초에는 고함을 지르고 위협만 하다가 점점 물건을 부수는 날이 많아졌고 결국엔 저와 딸을 때리기까지 했어요. 밖에서는 인품 좋은 사업가로 통했기 때문에 술만 마시면 사람이 그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어요."
남편은 둘째 아이의 임신 중에도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스트레스로 유산까지 한 수정 씨는 집을 뛰쳐나왔다. 양육비와 생활비 등은 필요 없으니 아이만은 자신이 키우게 해달라고 싹싹 빈 끝에 남편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암 판정으로 불어나는 빚
수정 씨가 이혼하고 친정에 들어와 살 때쯤 가족에게는 불행이 연이어 닥쳤다. 공장에 다니던 남동생이 작업 중 많은 양의 시너가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것이다. 어머니와 수정 씨는 공장일과 동시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하루도 쉬지 않고 남동생의 치료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었다. 그런데 최근 수정 씨의 몸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석 달 전 하혈이 몇 날 며칠 그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정밀검사 끝에 자궁 융모막암 2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남동생이 시력을 잃은 데 이어 수정 씨 암 판정까지 1년도 안 돼 연이어 일어난 일인 만큼 가족의 충격이 컸다.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에 치료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수정 씨는 한 부모 가정인 만큼 의료비를 일부 지원받긴 하지만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불어나는 치료비와 입원비는 온 가족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남동생의 치료비로 이미 제2금융권 등에 진 빚이 2천만원이 넘어 추가로 빚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정 씨는 지금까지 세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병원에서는 최악의 경우 자궁 적출 수술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빠 없이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는 딸과, 다 큰 자녀를 돌보느라 아직 일만 해야 하는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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