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고 해도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흥겨운 캐럴이 거리를 채우고 성탄절을 맞이하기 위해선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가벼운 유혹이 느껴진다. 냄새 나는 말구유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조차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이천 년이나 계속되어온 생일잔치, 근데 도대체 누가 태어난 거야?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 가난한 부부에게 따스한 사람의 방은 출산이 임박해도 결코 허락되지 않는, 그래서 짐승의 집을 빌려서 겨우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할 수 있었던 긴박하고 처절한 밤이었을 게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사랑을 위해서 살다 사랑을 위해 죽었다고 우린 빨간 날을 만들어 잔뜩 취하기도 하고 마구 신나 한다.
득출이 아저씨는 하루하루 볼펜을 팔아 칠성동 쪽방에서 매일 방세를 내고 한 평짜리 방에 몸을 누이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살아가는, 돈이 없을 때는 역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노숙자였다. 한 번은 성탄절을 앞두고 조악한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트리를 내 손에 쥐여 주며 '나도 잘 살아 볼라 카는데 참 잘 안 된다 카이. 그래도 마음만은 안 그렇구먼'.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새우깡 하나에 소주 한 병'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자랑을 늘어놓다 그대로 뻗어 버리던 아저씨, 황달이 오고 세 번째 배가 부르더니 천국에도 포장마차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하늘나라로 가셨다. 술 먹지 말라고 핀잔이나 준 게 너무 미안해서, 살아가는 존재 자체가 귀한 거라고 말해주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어 십 년이 지나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불행하게 태어난 아이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지금도 자신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를 알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이들에게 '그래도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깨달음을 주는 날이 아닐까? 크리스마스가 자신이 흙수저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생일이 되었으면,
약간 덜 떨어진다고 친구들에게 놀림감이었던 아이, 성탄절 연극에서 맡은 역할은 빈방이 없다며 만삭의 여인을 차가운 거리로 돌려보내는 거였다. 주어진 딱 한 마디의 대사 '빈방 없어요'를 잘해 내려고 수없이 연습하고 무대에 들어선 아이는 이곳저곳을 다니다 힘없이 들어선 가난한 젊은 부부를 한없이 슬픈 마음으로 보며 자신도 모르게 울부짖는다. '빈방 있어요!'
그렇게 연극은 끝나고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오늘이 된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마음으로 우리 가슴에 빈방을 마련하는 이번 크리스마스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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