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발명을 한 에디슨에게 기자가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는 서슴없이 "시계를 보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어떤 일에 집중할 때는 침식을 잊을 정도로 몰두하였다니 어두운 밤마저도 대낮처럼 일을 할 수 있도록 전등을 발명하게 된 건 아닐까.
나의 교사시절에 에디슨처럼 시계를 보지 않던 아이들이 있었다. 나와 함께하던 미술부 아이들! 내가 담임한 아이들 외에 그림 그리기를 희망하여 방과 후에 모이는 전교의 아이들이다. 나는 그림 그리는 기법을 지도하기보다는 그들 나름의 개성을 찾아 주며,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르는 지도에 주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표현기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흥미를 느끼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 당시는 교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늦은 가을 녘이면 오후 5시가 지나면서 슬슬 땅거미가 내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실에 어둠이 깔려도 아이들은 여전히 자기 그림에 몰입하였다. 집에 갈 시간이라고 타일러 보지만 들은 척도 않아 내가 먼저 나서면, 그때서야 더듬더듬 책가방과 화구를 들고 따라나섰다. 어두운 복도를 거쳐 3층에서 1층 계단까지 깜깜한 난간을 붙잡고 조심조심 내려와 교문 밖을 나서던 아이들! 집에 가서 보니 책가방과 도시락이 서로 바뀌어 숙제도 제대로 못 하고 친구의 도시락에 점심을 싸 와서 바꾸어 먹으며 깔깔대기도 하였다. 그 아이들이 졸업식 하던 날, 눈물을 글썽이며, 짬짬이 접었다는 학이며 거북, 별들을 가득 담아 건네준 예쁜 유리병! 세월이 몇십 년 흐르는 사이, 나는 이사를 두세 번 하면서 많은 살림도구를 버렸지만 미술부 제자들의 손결이 스며 있는 그 선물은 지금도 거실 장식장에 오롯이 자리하고 나와 눈을 맞춘다.
교실이 어두워지면 마음의 전구를 켜고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 그들은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88올림픽기념 전국그리기대회에도 눈부신 성과를 내어 부모님과 함께 올림픽 개막식에 초대받았고 그림도 전시되었다. 또한 상급학교에 가서도 그림에 몰입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사춘기도 흔들림 없이, 다들 학업에 열중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을 때 얼마나 흐뭇했던지.
하나를 '툭' 쳐주면 두셋을 깨우치던 그 아이들과 나는 행복한 동행을 하며 동반성장을 한 셈이다. 그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보려는 태도를 길렀고, 그들이 보여준 발달과정과 상상력을 토대로 '아동화'를 이해하게 되어 '지도 사례'를 현장의 교사들과 공유하였다. 오랜만에 나도 마음의 전구를 반짝 켜고 그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얘들아, 지금도 그때처럼 시계를 보지 않을 때가 있니? 가끔은 그때를 추억하며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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