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청소년] 공부에 흥미 없어 가정형편도 어려워 취직해 돈 벌고 싶은데

입력 2015-12-10 01:00:02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3년 전에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어머니와 중3인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공부에 흥미가 전혀 없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특성화고에 가려고 했는데, 엄마의 반대가 심해 어쩔 수 없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없이 힘들게 살고 계신 엄마 말씀을 어길 수가 없어 입학을 했지만, 저에게는 의미 없는 공부일 뿐, 학교에 앉아있기가 힘들어요. 이렇게 1년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어요.

가정 형편도 어려운데, 흥미도 없는 공부를 계속하는 것보다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받고 싶은데, 엄마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힘들어요. 학교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 학교와 아이들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눈에 띕니다. 최근 모 방송사의 다큐 프로그램인 '바람의 학교'나 연예인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동상이몽' 등은 아이들이 생각하고 바라본 현실의 학교와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가감 없이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힘들고 지친 현재 상황이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을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 이제는 함께 말하며 나눌 시기라는 사회적 수용이 이루어진 시대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매년 4월 1일 기준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년 6만여 명 이상의 학업 중단 학생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이 28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례 학생처럼 진로와 관련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방황하는 경우 외에 학업을 중단하려는 학생들은 개인별로 다양한 심리적 특성과 가정'환경적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학업 중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정, 학교, 사회적으로 부정적 경험을 하는 단계를 시작으로 가치관 혼란과 심리적 갈등으로 방황하는 내면적 갈등과 부적응적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학업 중단 학생의 다양한 특성과 과정 속에 개인과 가정, 학교라는 사회적 관계들이 함께 맞물려 있는 상태라 여러 각도의 접근과 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가지 처방전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의 도움과 연계를 필요로 할 만큼 오랜 시간의 땀과 정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교육공동체적 협력을 강조한 이 말은 이번 상담 사례뿐 아니라 학업 중단 위기학생의 상담 접근에서는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례의 경우도 학생과 엄마의 정서적 안정, 행동 수정, 경제 지원 등의 심리적이고 사회복지적인 통합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상담 결과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는 일이 잦아 기초학력이 부족했으며, 공부에 흥미가 없는 상태에서 노는 친구들을 만나 그 또래문화에 젖어들면서 더욱 학업에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엄마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으며,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는 엄마로서는 경제와 자녀 문제, 아버지의 병간호 등 삼중의 고통을 안고 있어 학생 못지않게 지원이 필요하였고, 동생도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에 잘 나가지 않는 상태라 지역의 타 상담기관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어머니와 동생 상담이 진행되도록 하는 심리적 접근이 우선되었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는 학생이 직업훈련을 통해 직업을 가지고자 하는 바람과 지속적으로 학업을 유지하길 원하는 엄마와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례 학생의 어머니처럼 학업 중단을 앞둔 부모는 많이 지쳐 있는 상태로 '자녀가 잘못될까 봐'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과 함께 '혹시나 내 잘못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 상태를 지니게 됩니다. 이때, 학업 중단 후의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함으로써 부모가 현실을 인정하면서 희망을 찾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조언하여 부모가 안전함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례 학생처럼 막연하게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 전부라는 생각에 빠져 학교에 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우선, 학생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예로, 진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드림맵을 작성하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과정 속에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 무기력한 생활양식을 건강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원하는 자퇴가 내 꿈과 목표를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므로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만남의 시간과 실습 시간들을 가져보도록 해봅시다. 그러면 막연히 머릿속에 상상으로 그려진 것과 현실과의 차이를 경험하게 돼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지 등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례 학생은 자신의 공부보다는 직업훈련을 받아 전문적 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커서 우선 미용 관련 자격증 취득 시까지 수업료 일부를 감면받을 수 있는 기관과 연계하였고, 직업훈련과 병행하여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여 엄마의 바람도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사례의 학생이 진정한 배움의 의미와 자유를 누려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함께 마음을 나누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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