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소년의 몸과 마음 병들게 하는 인터넷 불법 도박

입력 2015-12-09 02:00:01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법 도박에 빠지는 아이들

도박은 질병이라는 인식 갖도록 사회가 나서야

10대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불법 인터넷 도박 혐의로 올들어 대구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만 13명이다. 지난해엔 인터넷 도박을 하다 붙잡힌 930명 가운데 3%인 28명이 청소년이었다. 검거한 경우는 대부분 경찰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추적하다 적발한 것이어서 실제 청소년들 사이 불법 도박 성행 정도는 파악조차 힘들다.

국내 불법 도박 실태는 상상 그 이상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75조1천417억원에 이른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37조4천56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위원회는 불법 도박 참여자의 10.8%가 10대 청소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청소년들 스스로 도박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중학생은 "같은 반 학생 중 90%는 인터넷 도박을 한다"고 고백했다. 일선 현장에서 학생들의 도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 역시 '약 70~80%가 불법 인터넷 도박을 경험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을 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온라인 게임으로 처음 사행 활동을 접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60%가 '10대에 도박을 처음 접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0대 청소년들이 탐닉하는 인터넷 도박은 주로 불법 스포츠토토와 사다리게임 등이다. 이들 도박 사이트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무한히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별도의 성인 인증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입 절차도 통장만 있으면 간단하다. 특히 SNS 상에는 인기 게시물에 인터넷 도박을 광고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링크만 클릭하면 바로 도박 사이트로 접속된다.

도박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청소년들이 빨리 도박에 물들수록 그 후유증은 깊고 오래간다. 청소년들의 도박을 막기 위한 조기 교육 등 사회적 시스템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이는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은 마약처럼 나쁜 것이라는 경계심을 갖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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