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관광의 현재와 미래] <下>새옷 입은 문화 콘텐츠

입력 2015-12-09 02:00:01

김밥·커피숍 새 관광명소…천년고도가 젊어졌다

경주 교촌마을 교리김밥은
경주 교촌마을 교리김밥은 '전국 3대 김밥'이라는 유명세를 타며 경주 관광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교리김밥.
고풍스러운 기와집으로 지어진 경주 보문단지의 한 커피숍.
고풍스러운 기와집으로 지어진 경주 보문단지의 한 커피숍.
경주 대릉원(경주시 황남동) 벚꽃길. 최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보다는 자신만의 명소를 만들고 있다.
경주 대릉원(경주시 황남동) 벚꽃길. 최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보다는 자신만의 명소를 만들고 있다.

"유적지'유명 장소 관광? 아니요. 저희만의 경주를 찾을래요."

당신은 경주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등 유적지로만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구시대 사람인지 모른다.

최근 경주 관광은 단순한 문화유적답사지에서 나들이와 레저 등 개인 휴양 공간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지금도 인터넷 블로그와 SNS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의 경주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을 덧씌우고 있다.

◆'낡은 여행지? NO' 젊어진 관광 문화

최근 1980년대를 추억하는 한 케이블방송 드라마에 경주가 깜짝 등장했다. 낡은 경주역과 수백 명이 들어가는 유스호스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약 30분간 드라마를 장식했다. 딱 그 시절 수학여행지의 모습이다.

경주는 한때 전국 수학여행 단골지역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여행이 비교적 보편화되면서 잠시 추억 속의 여행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경주를 둘러싼 다양한 콘텐츠들이 개발되면서 수학여행지로서의 위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예전처럼 학생들이 단체로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다. 세계문화엑스포와 신라밀레니엄파크 등 다양한 체험시설들은 학생들에게 천 년 전 신라시대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워터파크와 리조트, 놀이공원 같은 위락시설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의 경주는 고풍스러운 옷을 벗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내가 만드는 관광 콘텐츠

최근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전통적인 문화 콘텐츠보다 자신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한다. 알려지지 않은 꽃놀이 명소나 특색 있는 음식점 등 개인 취향의 정보를 취합해 스스로 관광 테마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으로 경주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김밥'과 '커피'이다. 각 여행지에서 유명 관광지 외에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명소를 찾는 일은 요즘 여행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최부자 고택으로 유명한 교촌마을을 나와 인근에서 '교리김밥'(경주시 교동)을 먹거나 성동시장에서 '우엉김밥'(경주시 성동동)을 먹는 일은 경주 관광의 필수코스일 정도다. 교리김밥은 김밥 속 달걀 지단을 두껍게 썰지 않고, 국수 가닥처럼 얇게 썰어 채워넣는 것이 특징. 우엉김밥은 말 그대로 짭조름한 우엉조림을 가득 쌓아올려 먹는 김밥이다. 둘 다 독특한 식감과 맛 덕분에 네티즌 사이에서 '전국 3대 김밥'이라며 톡톡한 유명세를 치른다. 이 밖에 '슈만과 클라라'(경주시 성건동), '벤자마스'(경주시 동촌동) 등 지역 브랜드 커피숍을 두고 '전국 10대 커피명가'라든가 '경북 3대 커피숍'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정보를 공유한다. 황남빵뿐이었던 경주 간식 특산품도 경주빵, 찰보리빵, 주령구빵, 곤달비빵, 첨성대빵, 주상절리빵, 신라미소빵, 첨성대 초콜릿 등 셀 수 없이 늘어 관광객의 취향을 자극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봉황대 앞 광장(경주시 노동동)에서 일반 시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파는 프리마켓 '마카모디'는 소박하지만 생기 넘치는, 경주의 요즘을 보여주는 대표 관광 루트 중 하나다.

숙박 역시 호텔 등 전통 숙박시설 외에 '도미토리'(여러 명이 함께 묵는 공동 침실) 방식의 게스트하우스 등 비교적 저렴한 시설이 많이 생겼다. 1, 2명이 가벼운 차림으로 관광을 즐긴 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숙박을 하고 저녁을 즐기는 식이다. 과거 수학여행단처럼 단체로 와서 정해진 관광 루트를 보내고 가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배낭여행객처럼 소수의 가벼운 트렌드로 경주 관광이 변화했다는 뜻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천마총 등 시내권의 유적지를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겼다. 거창한 건물이 아니라 주로 경주의 옛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깨끗하면서 전통 있는 가옥이 게스트하우스로 인기다"면서 "시민이 함께하고, 경주의 일상이 그대로 담긴 것들이 관광상품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한 관광서비스 준비해야

이러한 관광 트렌드는 스마트시대의 영향이 크다. 특별한 안내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혼자 여행지를 찾아가는 모습은 이미 흔한 일이다. 스마트폰 앱마켓을 봐도 경주 여행에 관한 앱이 20여 개를 훌쩍 넘는다. 경주시는 이러한 스마트 관광시대를 맞아 올해 초 지역 IPTV 방송을 개국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관광시대에서 지자체가 할 수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SNS와 개인 블로그 등 넘쳐나는 정보들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관광객 개개인의 취향을 강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광객 유입을 위해 관광경제에 대한 기본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주대학교 관광레저학과 김규호 교수(경북정책연구원 문화관광콘텐츠 연구위원)는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관광개발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한때 경주 관광이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됐다"면서 "제주지역 관광사업자들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음식 및 숙박 등 여행비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편의 서비스, 즉 관광의 기본 구성요소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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