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1위해도 자칫하면 '물갈이'…깊은 고민 빠진 TK 현역의원들

입력 2015-12-08 03:00:01

'결선투표제 도입되면 현역에게 불리하나?'

새누리당이 7일 당내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친박에서 주장해온 것으로 친박계 정치 신인을 등용하기 위한 사실상 현역 물갈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TK)의 경우 전략공천, 우선추천지역 등 다양한 물갈이 방식(?)이 거론됐던 터라 현역 프리미엄을 낮추는 것이 취지인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현역 의원들은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결선투표제는 경선에서 3명 이상 후보가 경쟁하면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1위와 2위가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인 방식은 황진하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아 출범한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A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35%를 득표해 1위가 되면 과반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2위인 B후보와 재경합을 벌여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1위를 한 후보가 다시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 결선투표제 방식을 적용하면 4월 경선에서 30.09%를 얻은 권영진 시장은 25.14%를 얻은 2위 이재만 후보와 2차 경선을 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 때문에 선거 판도가 뒤바뀐 적도 있다. 1971년 제7대 대선 경선(신한민주당)에서 김영삼(YS)과 김대중(DJ), 이철승 후보의 삼파전 대결이 그랬다. 신민당 1차 투표 결과에서 YS 421표, DJ 382표, 무효표(이철승의 표) 82표였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이철승계가 DJ를 지지하면서 '캐스팅 보트'가 돼 DJ는 458표를 획득했고, YS 410표를 얻어 패했다. 결선투표제의 묘미다.

이 제도가 TK 현역의원에게 독약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 진영은 줄곧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현역 프리미엄을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친박계 정치 신인을 TK 등 새누리당 텃밭에 심겠다는 속내가 숨겨져 있어서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방식대로 하면 전략공천 외에는 TK 물갈이를 하기 힘들다"며 "경선에서 현역 의원이 과반 이상 득표를 못했다는 말은 현역을 교체하라는 의미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2, 3위 후보가 손잡고 표를 모을 수 있어 현역에게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선 결선투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만 챙기고 내실은 친박 진영에 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친박이 주장한 결선투표제를 김 대표가 받은 것은 TK 공천권을 청와대에 내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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