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내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바다로 내달리면 닿는 곳이 구룡포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신비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구룡포는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유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늦봄에 각 마을을 순시하다가 지금의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바다에서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그중 1마리가 떨어져 죽었다. 이후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친 일이 있는데,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용두산 아래에 깊은 소(沼)가 있었는데, 이 소 안에 살던 아홉 마리의 용이 동해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승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923년에 방파제를 쌓고 부두를 만듦으로써 본격적인 항구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들어와 수산업을 일으켰다. 1970년대가 구룡포의 전성기였다. 인구가 3만 명이 넘었으며 '물 반 고기 반으로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이 파다할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낭만 여행지 구룡포
구룡포는 아름다운 포구로 낭만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 바다의 애잔함을 느끼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마지막 이파리처럼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며 저마다 가슴 한쪽에 아련함이 묻어나는 12월, 이럴 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휑한 마음으로 차를 몰아 무작정 내달리면 닿는 곳이 어딜까? 바로 겨울 바다다.
그중에서도 구룡포는 경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구 중 하나다. 눈길 주는 곳이면 어디서나 마주치는 오징어와 과메기 덕장이 구룡포의 겨울을 오롯이 나타내주고 있다. 겨울 구룡포의 풍광은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가 대표적이다. 덕장에서는 오징어와 과메기가 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여물어 간다.
"치~익, 칙." 부둣가를 따라 줄지어 선 횟집에서는 대게 찌는 소리와 냄새가 발길을 끌어당긴다. 휴일이면 대게 맛을 보려는 외지인들로 넘쳐난다. 눈에 띄는 횟집에 자리를 차지하고 대게 한 마리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입안 가득 구룡포를 느낄 수 있다.
포만감이 느껴지면 해안도로 뒤쪽 골목길에 줄지어 선 일본식 적산가옥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30년대 일본의 옛거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일본 순사가 불쑥 나타날 것 같고, 기생을 태우고 기방으로 내달리는 인력거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적산가옥을 끼고 70여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당시 일본인이 만든 구룡포공원이 나온다.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구룡포항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덤을 누릴 수 있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와 부둣가를 걸으면 과메기와 오징어 등 구룡포 특산품을 판매하는 판매장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과메기와 오징어를 사들고 돌아가면 구룡포의 정취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 놓을 수 있다.
권혁원 구룡포읍장은 "세파에 지친 사람들을 안아주는 넉넉한 푸른 바다가 있기에 구룡포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라며 "언제든지 바다가 그리울 때 찾아오면 따뜻하게 안아 준다"고 했다.
◆구룡포 근대문화거리
구룡포에는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거류지였던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일본풍이 물씬 묻어난다. 실제로 모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 촬영 때 이곳이 촬영세트로 이용될 정도였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1900년대 초반 조선 속에 자리 잡은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듯하다. 기모노를 차려입은 일본 여인들이 골목을 누비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자동차가 겨우 지날 만큼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서 가옥은 낡고 빈 곳이 많지만, 당시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진다.
지금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포항을 찾으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인기 코스다. 가옥 뒷산에는 일본인이 만든 공원이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이 나오고 그 안에 선원들의 무사고를 빌던 용왕당도 있다. 일본인 이름 등이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도 있는데 해방 후 일본인들이 떠나자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렸다. 지금은 공원 한쪽에 구룡포를 상징하는 9마리 용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포항시는 이곳에 타 지역과 차별화된 역사문화 콘텐츠 조성을 통해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86억원을 들여 거리 조성, 가옥 조성, 근대역사관 등을 복원해놨다. 현재 평일 500여 명, 주말 1천여 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복원된 근대역사관은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이다. 그는 구룡포에서 선어운반업으로 성공해 부를 쌓은 인물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운반해왔다고 한다. 이 건물은 일본식 건물의 구조적, 의장적 특징을 잘 갖추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건축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역사관 입구에는 '느린 우체통'이 있다. 6개월 이후에 발송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 현대 문명에 젖어 있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여유를 갖게 하고, 구룡포에서의 추억을 통해 구룡포를 다시 찾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포항시가 설치해 놓았다.
◆구룡포 먹거리, 대게와 과메기 피데기오징어
구룡포 대게는 수심 200~400m 청정심해에서 포획한 것으로 품질이 우수하고 깨끗하다. 수협 위판 기준으로 전국 위판량의 54%를 차지할 만큼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유통단계가 다른 지역에 비해 2, 3단계 정도 생략됨에 따라 신선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대체로 누런 주황색을 띠고 있으며 속살이 희고 약간 단맛과 담백한 맛이 난다. 쫄깃쫄깃하고 껍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구룡포 과메기는 청어를 사용하던 것이 어자원 부족으로 꽁치로 대체됐다. 꽁치를 영하 10℃의 냉동상태로 두었다가 12월부터 바깥에 내다 걸어 자연상태에서 바닷바람과 겨울 햇살을 맞으며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며 말린다. 구룡포의 겨울바람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북서풍으로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줘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이 건조한 북서풍이 과메기를 꼬들꼬들하게 말려줘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이제 과메기는 구룡포의 겨울 경제를 책임질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구룡포 피데기는 동해바다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구룡포의 신선한 바닷바람으로 수분이 '피득한' 75%까지 건조시킨 것으로 육질이 연하고 고소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다. 구룡포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에서 오징어를 직접 받아 손질해 건조시킨 뒤 상품을 출하하며 전국 유통물량의 95%를 차지한다.
매년 11월이면 이 같은 특산품을 널리 알리고자 '구룡포 과메기특산품축제'가 열리고 있다. 또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 동안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잔치도 열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말목장성과 장길리 해상낚시공원
말목장성은 말을 키우는 목장을 말한다. 장기목장성으로 불렸는데 이는 호미반도 일대의 행정구역이 장기현이었는데다 그 당시에 축조됐기 때문에 옛 문헌에는 장기목장성으로 표기돼 있다. 목장성은 구룡포에서 동해면 흥환리까지 약 8㎞의 호미반도를 가로질러 쌓은 것으로 아직도 5.6㎞나 남아 있는 현존 국내 최대 규모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알지 못하지만 조선 세종실록에 목장 감독관을 수령이 겸한 기록이 있어 세종 이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룡포는 말목장성을 재조명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구룡포읍사무소에서 4㎞의 석성터를 발굴해 탐방로를 조성하고 구룡포 산에 있는 봉수대 터를 개발, 정상(205m)에 2층 전망대를 설치했다. 또 말목장성 이미지를 위해 말 조형물 3마리도 설치해 놓았다. 전망대에서는 태백산맥의 호미반도 능선과 영일만항 등 3면의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탐방로는 구룡포초등학교에서 전망대 정상까지 3.7㎞로 왕복 2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장길리에 가면 해상복합낚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어촌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 여가시설을 조성해 다양한 바다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9년 첫 삽을 떠 완공했다. 진입도로, 주차장, 산책로, 물놀이장, 해상 펜션 등이 마련돼 있다. 도시민들이 가족, 연인과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오리배 레저시설 및 바다 위 숙박시설인 해상 펜션이 설치돼 있다.
또 가족단위로 안전하게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무인도 '보릿돌'을 연결하는 교량과 정자를 만들었다. 그동안 일부 낚시꾼들만 배를 이용해 보릿돌에 접근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일반인들도 걸어서 바다 위를 걸으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구룡포 장길리는 동해안 일출과 더불어 감성돔과 학꽁치 등 다양한 어종들이 많아 전국의 낚시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바다 낚시터. 스킨스쿠버들의 다이빙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포항의 명품 해양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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