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김시습이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에 본인이 읽고 있던 많은 책을 모두 불태우고 유랑하였다고 합니다. 그 시대에는 수양대군을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패륜아라고 하였지만 현재에 와서는 다른 해석이 제기된다고도 합니다.
수양대군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대의 인물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의 이생규장전'이 생각나서입니다. 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명석하고 지혜로운 18세 이생이라는 청년과 16세의 아리따운 최랑이라는 처녀가 죽음의 경계까지도 넘어선 간절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생과 최랑은 진실한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만 홍건적의 침략으로 가족과 친족들이 동서로 분산되어 산골에 숨었다가 도적에게 들켜 도망하던 중,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최랑이 도적들에게 잡혀서 처참하게 죽게 되었는데 죽어 귀신이 되어서도 이생을 다시 만나 살아 있는 그와 남은 인연을 다하고서야 자신의 시신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고서 육체는 사라집니다. 이생은 그녀가 말해준 대로 시신을 찾아 수습하고 묘를 세워 장사를 지낸 후, 몇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에 감동하고 절개에 칭찬한 단편소설입니다. 스물 몇 살쯤 이 글을 읽었는데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사랑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청춘에 사랑이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뛰게 하고 흥분되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생과 최랑이 담을 넘겨가며 주고받은 시를 읽으며 마음이 붉어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예전에는 결혼 3년 안에 이혼하는 부부가 많았다는데요. 요즘은 황혼 이혼이 점점 많아진다고 합니다. 20, 3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았으면서 왜 늦은 나이에도 헤어지는 것일까요. 물론 각자의 사유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살아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로서는 20년이 넘도록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자녀들도 예전과는 달리 황혼 이혼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반응보다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도 합니다.
약 600여 년 전 최랑과 이생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되었으나 자유로운 연애가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라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진실한 사랑으로 부부가 되었고 죽어서도 그 사랑을 지켜냈습니다. 그런데 600여 년 전보다 훨씬 이성 간의 교재가 자유로운 지금은 마음을 먼저 나누는 사랑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과 배경을 우선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적당히 서로를 이해는 하겠지만 결코 진실한 부부애로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황혼 이혼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비유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인간의 만남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경제력과 조건이 아닌 서로에 대한 애정입니다. 애정으로 결합된 마음이야말로 궂은 날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구동성으로 '경제적인 것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마음은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한 차원만 깊게 생각해 보면 물질적으로 이어진 사랑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이 싹트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만남, 그런 만남이야말로 이생과 최랑 같은 결실을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 일장춘몽이라고도 합니다. 부귀영화도 덧없음을 살아보고 나서야 후회하기보다는 어떤 만남이든 진실한 마음을 우선으로 사랑을 지켜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깨진 거울 합쳐지니 이 또한 인연이라/은하의 오작인들 이 가약을 모를쏘냐/이제야 월로승 굳게 잡아매어/봄바람 살랑 불 때 접동새를 원망 마오-이생규장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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